요즘 일본 신문 경제면은 지난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 기업들의 화려한 성적표로 연일 장식되고 있다.

지난 24일 도요타가 올 1분기(1~3월) 자동차 판매에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했다는 뉴스는 절정이었다.

탄력을 받은 일본 기업들은 최근 채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는 단카이(團塊·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까지 맞물려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신난 것은 일본 젊은이들이다.

웬만한 대학 4학년생들은 벌써 4~5개 기업으로부터 입사 내정 통지서를 받았다.

"취업이 너무 쉬워져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한다"(후카가와 와세다대 교수)는 걱정이 나올 정도다.

일본 경제가 부활을 넘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전후 최장인 63개월째 경기 상승 국면에 엔저 순풍까지 불어 일본 기업들은 쾌속 질주 중이다.

거품 붕괴 후 10년 불황의 터널을 뚫고 나온 일본 경제가 르네상스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제 전성기의 주역은 역시 제조업이다.

이는 경제성적표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 경제는 2005년 1.9%에 이어 작년 2.2%의 실질 성장을 했다.

성장은 생산,투자,수출이라는 3두 마차가 끌었다.

작년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4.6%로 경제성장률의 2배를 넘었다.

설비투자 신장률은 7.6%로 경제성장률의 3배,수출 증가율은 9.5%로 4배를 웃돌았다.

반면 서비스업 매출 증가율(1.8%)이나 개인소비 증가율(0.9%)은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철저하게 제조기업의 투자와 생산·수출이 경제성장을 이끈 셈이다.

경제가 4%씩 성장하면서도 제조업 성장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지난 1분기 경제 전체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했지만 제조업 생산은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0.8%)을 기록했다.

일본 제조업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대표적 공신은 규제 완화다.

윤만하 한국은행 도쿄사무소장은 "일본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성장과 함께 고용이 늘고,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타고 있다"며 "그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규제 철폐 등 구조개혁 노력과 불황기에도 기술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은 기업들의 저력이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