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右承 < 클락슨아시아 선박브로커 >

요즘 해운경기가 좋다는데 어떻게,왜 좋은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굴뚝산업이라 할 수 있는 해운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1980년대 초부터 1990년대 말까지 주된 해운 강국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북유럽 국가들,그리고 1990년대 이후 컨테이너 선박에 집중 투자한 독일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도 해운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틈에 해운의 대표지수 중 하나인 BDI(일종의 해운 주가지수)는 2001년 평균 876에서 2004년 4598을 넘어 이달 11일 현재 5556를 기록했다. 2003년 봄 벌크선에서부터 시작된 운임과 용선료(선박사용료)의 급격한 상승은 2005년 말 탱커선과 컨테이너선 등 전 선종(船種)의 운임과 용선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컨테이너선과 탱커선의 운임과 용선료는 조정받는 모습이지만 벌크선은 지난해 상반기 조정국면을 보이다가 하반기 이후 다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기간 중고 선박의 가치도 가파르게 올랐다. 300만∼400만달러 수준의 저가 중고 선박들은 평균 3∼4배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2002년 3000만달러면 살 수 있었던 중고 선박은 최근 6000만달러를 호가한다. 선령 5년 정도된 중고 선박의 가격은 앞으로 3년 후에나 인도 받을 수 있는 신조(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보다 높다. 올 연말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인도할 예정인 선박은 1억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얼마 전 재매매(리세일)됐다. 동급 선박의 신조 선가(船價)가 약 7300만달러 안팎임을 감안하면 해운시장이 얼마나 호황인지 알 수 있다.

용선료 역시 마찬가지다. 2002년 하루 7000달러의 용선료를 주고 한 달 계약 기간으로 빌릴 수 있었던 선박이 요즈음에는 2만5000달러 이상,계약기간 2년 이상으로 성약(成約)되고 있다. 10원 하던 물건이 30원으로 3배 오르면 별 느낌이 오지 않지만 100만달러 하던 물건이 300만달러로 치솟으면서 발생하는 200만달러의 가격차는 큰 의미를 지닌다.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막대한 이익 창출인 것이다.

많은 해운관련 보고서들은 지난 10여년간 두자리 숫자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2003년 이후 해운시황의 주된 상승 요인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해운하고는 무관했던 국제적 투기자본들도 선박 매입에 나섰다. 모건스탠리 등과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해운에 직접 뛰어들어 여러 선박을 장기 용선하고 있다. 선물시장의 활성화로 가수요까지 겹쳐 해운시황의 또 다른 상승 동력이 되고 있다. 해운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대만의 모 회사는 2006년 한 해 해운 선물시장에서만 10억달러의 이익을 냈다.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면 해운회사의 주된 수입원은 화물을 운송해 벌어들이는 운임수입이 대부분이다. 운임 수입을 많이 올리면 올릴수록 좋은 해운회사라고 착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해운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적절한 시기에 선박을 확보했는지,언제 신조를 발주했는지,중고선 매입은 적절했는지,중고선 매각은 어떤 시기에 이뤄졌는지,얼마나 싸게 구입한 선박으로 얼마나 운임을 벌어들였는지 등이 관건이다.

게임의 룰도 변했다. 공급과 수요로 대변되던 과거의 관점으로 해운시황을 분석하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우리가 잠자고 있는 동안 대규모 자금들이 해운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다. 조선 능력과 선박 보유량,항만 시설등 해운의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세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측면이다. 해운시황을 학문적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분석해 부(富)를 축적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췄나. 소프트웨어 인프라 없이는 2005년 여름의 악몽이 재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시 해운·조선시황 분석 및 선박 중개업체인 클락슨이 한국 조선업체들의 향후 수익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자마자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던 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