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분업 시행후 5년새 8%P 늘어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의약품 시장 잠식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0%대에 근접했으며 건강보험급여 청구액 상위 10개 품목 중 8개가 다국적사의 제품으로 채워진 까닭이다.

26일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IMS헬스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점유율은 36.6%로 2005년(35.7%)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국내 제약사 비중은 2005년 64.3%에서 지난해 63.4%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의약분업 시행 직후인 2001년 28.8%였던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 점유율은 불과 6년 만에 40%대를 바라보게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IMS 조사의 경우 종합병원과 전문의약품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의 비중이 실제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 잠식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약진은 다른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국내외 각 제약사(12월 결산법인)들이 금융감독원에 최근 제출한 2006년 결산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국적 제약사는 지난해 총 2조98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의약품 매출(10조187억원)의 29.8%를 점유했다.

2005년(27.4%)과 비교하면 점유율이 2.4%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 매출의 상당부분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수입한 제품에서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증가율로 따지면 다국적 제약사는 무려 22.0%를 기록한 반면 국내 제약사는 8.68%로 다국적 제약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것은 각종 '블록버스터급 신약'들이 국내 제약사 제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제약사들의 전문의약품 매출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6년 건강보험급여청구액(EDI 청구액)을 살펴보면 매출 상위 10개 품목 중 8개가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다.

상위 10개 품목 중 국내 제약사 제품은 한미약품의 '아모디핀'과 동아제약의 '스티렌' 2개에 불과했다.

LG생명과학의 '자니딥'은 6위에 랭크됐으나 개발사가 스위스 제약사여서 국산으로 보기 힘들다.

문제는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 잠식이 앞으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개량신약 개발이 힘들어지고 제네릭 출시가 지연돼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