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룰 논의 '재보선 변수'에 촉각

한나라당의 4.25 재.보궐선거 참패로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도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두 사람의 여론지지율 합계가 70%를 넘나드는 상황임에도 정작 선거에서 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선거기간 내내 보여준 양 진영의 갈등양상이 결정적 패인이 됐다는 책임론까지 비등하면서 '할 말이 없게 됐다'며 자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재보선이 올연말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강조해온 이들로서는 '대선 3수' 실패의 원인제공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현실적 고민에서 모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대선주자는 일단 '자숙 모드'로 들어갔다.

일단은 숨죽이고 사태추이를 지켜보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전 시장은 당초 26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부산 출장을 예정했으나 이날 새벽 선거 윤곽이 드러나자 전격 취소한 것은 물론 캠프사무실 여의도 이전, 지방 당원협의회 간담회 등 모든 경선 관련 일정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공식일정이 없었던 박 전 대표도 당분간은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면서 재보선 결과에 따른 향후 대책을 숙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의 재보선 `불패신화'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양 캠프의 분위기는 미묘한 온도차를 느끼게 하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이 "충격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인 데 비해 '올인'한 대전서을에서 전리품을 챙기지 못해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던 박 전 대표 진영은 오히려 담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
재보선 논평에서도 이 전 시장은 "저를 포함해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면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박 전 대표는 "최선을 다했고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한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선거였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번 선거결과는 '빅2'가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한 당직자의 말에서 읽혀지듯 두 대선주자의 당내 입지도 강재섭(姜在涉) 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 못지 않게 상당폭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 노골화되고 있는 '의원 줄서기'에 대한 비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대권 보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양 진영에서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것도 자칫 섣부른 대응이 '당심 이반'을 촉발할 수 있다는 '몸조심'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결국면은 당이 수습되면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론지지율 1,2위 대선주자로서 당내 경선을 사실상의 본선으로 여기고 있는 이들로서는 당내 계파싸움이 불가피하고 경선 룰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 적용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재보선 참패로 인해 경선룰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때이른 관측까지 나오면서 양측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정치행보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물밑 수싸움'은 중단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당직자는 "결과론적인 분석이지만 한나라당의 자만은 양대 대선주자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지금은 반성하고 자숙하지만 결국은 당의 분열양상이 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