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스위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낮은 세금ㆍ철저한 비밀보장…PB시장 급성장
싱가포르가 중국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 부자들의 개인 자금을 빨아들이며 '아시아의 스위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4일 낮은 세금과 철저한 비밀 보장을 원하는 아시아 부자들이 최근 들어 싱가포르로 몰려들면서 싱가포르의 프라이빗뱅킹(PB)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PB영업의 천국
현재 싱가포르에서 PB 영업을 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등 40여개에 이른다.
2000년(20개)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PB 운용 자금도 2000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1500억달러로 증가했다.
아직 스위스(1조7000억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증가 속도로 볼 때 그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전망이다.
코메르츠방크 싱가포르 지사에 근무하는 헨리크 미켈센은 "싱가포르만큼 PB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이곳이 곧 아시아의 스위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객 비밀 무덤까지
싱가포르가 '아시아 부자의 천국'으로 탈바꿈하게 된 데는 낮은 세금 부담이 큰 몫을 했다.
싱가포르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20%로 한국(35%) 중국(45%) 일본(37%) 영국(40%)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싱가포르 밖에서 벌어들인 자본이득이나 이자소득에 대해 전혀 세금을 물리지 않는 조세제도도 부자들의 입맛을 당기게 한 요인이다.
싱가포르는 또 2001년 은행 고객들의 비밀 유지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 고객의 금융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였다.
자금 출처가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부자들의 요구에 철저하게 부응한 셈이다.
어느 나라보다 경제와 법제도가 안정적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조세피난처(tax haven)'가 되기 위한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최근엔 아예 싱가포르로 국적을 옮기는 사람들도 늘어 고급 휴양지인 산토사 코브 지역의 집값이 크게 뛰었다.
요트 선착장이 있는 주택은 1000만싱가포르달러(약 60억원)에 육박하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제조업 위기의 돌파구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스위스'를 지향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 있다.
저가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격에 물류 전자 제조업 등 싱가포르의 전통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찾아낸 해결책 중 하나가 '부유층 자산관리 서비스업'이다.
부자들이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면서 싱가포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무역산업장관은 "부자들의 유입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조세 수입이 늘고 있다"며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공백도 '외국 부자'들이 채워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금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밀수나 테러와 연관된 불법 자금까지 흘러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를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 등의 시선도 따가워졌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불법 자금은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검은 돈''흰 돈' 가리다가는 '아시아의 스위스'라는 꿈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4일 낮은 세금과 철저한 비밀 보장을 원하는 아시아 부자들이 최근 들어 싱가포르로 몰려들면서 싱가포르의 프라이빗뱅킹(PB)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PB영업의 천국
현재 싱가포르에서 PB 영업을 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등 40여개에 이른다.
2000년(20개)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PB 운용 자금도 2000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1500억달러로 증가했다.
아직 스위스(1조7000억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증가 속도로 볼 때 그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전망이다.
코메르츠방크 싱가포르 지사에 근무하는 헨리크 미켈센은 "싱가포르만큼 PB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이곳이 곧 아시아의 스위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객 비밀 무덤까지
싱가포르가 '아시아 부자의 천국'으로 탈바꿈하게 된 데는 낮은 세금 부담이 큰 몫을 했다.
싱가포르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20%로 한국(35%) 중국(45%) 일본(37%) 영국(40%)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싱가포르 밖에서 벌어들인 자본이득이나 이자소득에 대해 전혀 세금을 물리지 않는 조세제도도 부자들의 입맛을 당기게 한 요인이다.
싱가포르는 또 2001년 은행 고객들의 비밀 유지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 고객의 금융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였다.
자금 출처가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부자들의 요구에 철저하게 부응한 셈이다.
어느 나라보다 경제와 법제도가 안정적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조세피난처(tax haven)'가 되기 위한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최근엔 아예 싱가포르로 국적을 옮기는 사람들도 늘어 고급 휴양지인 산토사 코브 지역의 집값이 크게 뛰었다.
요트 선착장이 있는 주택은 1000만싱가포르달러(약 60억원)에 육박하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제조업 위기의 돌파구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스위스'를 지향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 있다.
저가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격에 물류 전자 제조업 등 싱가포르의 전통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찾아낸 해결책 중 하나가 '부유층 자산관리 서비스업'이다.
부자들이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면서 싱가포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무역산업장관은 "부자들의 유입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조세 수입이 늘고 있다"며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공백도 '외국 부자'들이 채워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금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밀수나 테러와 연관된 불법 자금까지 흘러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를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 등의 시선도 따가워졌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불법 자금은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검은 돈''흰 돈' 가리다가는 '아시아의 스위스'라는 꿈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