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3년5개월 만에 재개됨에 따라 한우와 호주산이 양분하다시피 해 온 국내 쇠고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가 관심사다.

일부에서는 미국산 재진출 효과로 벌써부터 쇠고기값이 뚝 떨어지는 등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11월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중단되기 직전 국내 쇠고기 시장의 43.5%를 점유,한우(36%)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꿰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의 효과는 '아직'이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면서 육질도 괜찮은 미국 쇠고기가 일부 들어오기 시작했지만,아직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파괴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우와 호주산을 막론하고 대형마트 등에서의 할인 행사분을 제외하고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최근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는 갈비 등 한국인이 많이 찾는 '뼈 있는 쇠고기'가 아닌 살코기에 국한돼 있어서다.

당연히 반입물량도 극소량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5월 말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졸업장'을 받고,한국 정부가 뼈와 관계없이 전 상품을 수입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이후에야 미국산 쇠고기의 '공습'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쇠고기 가격의 본격 인하는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쇠고기 효과는 5월이 분수령


지난 23일 국내 한 수입업체가 6.4t을 수입,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3년5개월 만에 일단 재개됐다.

하지만 이 정도 물량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 상위권 쇠고기 수입업체인 코스카 관계자는 "타이슨,엑셀,내셔널,스위프트 등 미국 수출물량의 80%를 주무르고 있는 4대 메이저 회사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갈비가 포함되지 않으면 수출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살코기는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대부분 식당이나 식자재 회사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쇠고기 수입업체 하이원 관계자는 "지난 23일 들어온 물량은 3년5개월 전과 비교해 제품이 괜찮은지 비교해 보기 위한 샘플용"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뼈 없는 쇠고기만 들어오는 '제한적 수입' 상태에선 농민운동가들의 눈총을 무릅써가면서까지 시판을 본격화할 이유가 없다"며 "5월 말 OIE 판정이 확정돼 갈비 등이 수입되는지를 지켜본 뒤 6월 이후에나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주산 쇠고기값은 서서히 내려갈 듯


이 같은 분위기는 한우,호주산 등 경쟁 상품의 가격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 이후 한국 수입육 시장을 '독식'해 온 호주산 쇠고기값이 요지부동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할인 행사에 따른 일시적인 하락을 제외하면 호주산 쇠고기나 한우 모두 평균적으로 변동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요즘과 같은 나들이철엔 삼겹살 수요가 많아 쇠고기 수요가 적은 편이라 할인 행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에선 호주산 쇠고기 가운데 프리미엄급은 오히려 한 달 전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빕스,롯데호텔 등 외식업체 관계자들은 "프리미엄급 스테이크 가격은 미국산이 들어오더라도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산이 뜬다'는 기대심리만으로도 호주산 쇠고기값은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지훈 롯데마트 수입육 담당은 "수입업체들이 호주 수출업체와 지속적인 거래를 위해 그동안 불필요하게 떠안은 물량이 재고로 많이 남아 있다"며 "냉동육을 중심으로 재고떨이 차원에서 수입업체들이 식당이나 도매처에 공급하는 가격이 하락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