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철강왕' 의 M&A 걱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20일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이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이른바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안' 공청회를 마치고 의원실로 들어서자 비서가 메모를 건넸다. 메모에는 '박태준 前 총리'라고 적혀 있었다. 국무총리를 역임한 포스코 설립자 박태준 명예회장이 공청회의 결과를 알고 싶은 다급한 마음에 법안을 발의한 이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 이 의원은 박 명예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약 15분간 공청회의 분위기와 향후 법안 처리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박 명예회장으로부터는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이를 막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률 제정에 의원들이 힘을 보태달라"는 호소를 들어야 했다. 옆에서 통화내용을 들으며 '포스코의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한가'라고 놀랐다.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질의에 나선 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법률 제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병석 의원을 비롯 이명규(한나라당),김덕규(열린우리당),임종인(무소속) 의원은 '약(藥)'이 되는 자본과 '독(毒)'이 되는 자본을 구분해 독이 되는 외국인 자본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SK-소버린,KT&G-칼아이칸 등의 경영권분쟁에서 보듯 산업자본이 아닌 이른바 '먹튀(먹고 튀는)'자본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의외로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혀 공청회 참석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윤영선 산업자원부 외국인투자기획관은 "M&A에 대한 규제는 국내 투자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 일으켜 외국인투자를 현저하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건전한 투자자본이 아닌 투기성 자본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설명은 궁색해 보였다. 보다 못한 이병석 의원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 국회가 직접 법안을 발의했는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산자부는 도대체 국적이 어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산자부가 포스코와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 기업인과 국회의원들의 절박한 심경을 손톱만큼이라도 헤아렸다면 그런 무성의한 답변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대섭 산업부 기자 dssong@hankyung.com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질의에 나선 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법률 제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병석 의원을 비롯 이명규(한나라당),김덕규(열린우리당),임종인(무소속) 의원은 '약(藥)'이 되는 자본과 '독(毒)'이 되는 자본을 구분해 독이 되는 외국인 자본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SK-소버린,KT&G-칼아이칸 등의 경영권분쟁에서 보듯 산업자본이 아닌 이른바 '먹튀(먹고 튀는)'자본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의외로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혀 공청회 참석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윤영선 산업자원부 외국인투자기획관은 "M&A에 대한 규제는 국내 투자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 일으켜 외국인투자를 현저하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건전한 투자자본이 아닌 투기성 자본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설명은 궁색해 보였다. 보다 못한 이병석 의원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 국회가 직접 법안을 발의했는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산자부는 도대체 국적이 어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산자부가 포스코와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 기업인과 국회의원들의 절박한 심경을 손톱만큼이라도 헤아렸다면 그런 무성의한 답변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대섭 산업부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