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편법 상속·증여 혐의가 있는 4006명에 대해 정밀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들은 대부분 부동산으로 상속·증여받는 과정에서 채무가 발생한 경우로 국세청의 종합적인 분석 결과 사실상 채무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사람들이다.

국세청은 특히 부모가 배우자나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부동산담보 대출이나 임대보증금 등 부채를 함께 물려주는 '부담부(負擔附) 증여'에 초점을 맞춰 부채 상환자금의 출처를 철저히 규명하기로 했다.

부담부 증여는 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가액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부담토록 돼 있어 나중에 부모가 이를 대신 갚아주는 탈루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에 정밀 검증 대상으로 4006명만을 선정했지만 매년 수만명이 이 같은 방식으로 부동산을 물려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조사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을 피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자녀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며 "편법 증여는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점검 대상자 가운데는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부동산담보대출 2억원을 뺀 3억원에 대해서만 3960만원의 증여세를 낸 뒤 나중에 2억원을 대신 갚아준 아버지 △아들에게 시가 3억원짜리 주택을 주면서 임대보증금 1억5000만원을 아들이 상환하는 것으로 해놓고 계약 기간이 끝나자 보증금을 대신 돌려준 어머니 등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의 탈루가 확인되면 탈루세액의 20%에 달하는 신고 불성실 가산세와 하루 0.03%를 미납기간에 따라 물리는 납부 불성실 가산세를 부과한다.

또 채무자가 상환자금에 대한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불성실한 경우에는 자금 출처 조사 대상자로 선정,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기 등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했다면 조세범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