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承烈 < 한국외대 교수·중국경제 >

지난 19일 중국 정부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1%로 발표하자,전세계 주식시장이 또다시 요동쳤다.

다음 날 대부분의 시장은 다시 평온을 되찾아 '차이나 쇼크'에 대한 면역력이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의 강력한 긴축정책 가능성으로 인해 놀란 가슴은 여전히 뛰고 있다.

금년 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던 한국 증시와 중국 증시는 러시안 룰렛식의 긴장감을 주고 있다.

중국 경제의 향방에 따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경계선을 넘어선 소비자 물가,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도시 지역 고정자산 및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 등으로 인해 중국 정부가 강력한 긴축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다.

긴축은 곧 경기 하락과 수요 감소로 연결된다는 것이 경제학 교과서의 논리이고,막대한 떠돌이 금융자산은 조그만 우려(憂慮)의 기미라도 놓칠세라 우왕좌왕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004년 이후 올해까지 봄철이면 어김없이 8%로 낮춰잡은 성장목표를 발표하고,경기 과열을 우려하곤 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연속 4년 동안 중국경제의 성장률은 10%를 넘는 속도로 달렸고,아직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긴축은 곧 실물경기 후퇴라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중국은 거대한 스펀지 경제를 가지고 있다.

워낙 거대한 스펀지여서 유동성(流動性)이라는 물을 다소 많이 쏟아부은 것 같아도,움켜쥐어 보면 물을 짜낼 수 없다.

중소기업의 현대화와 도시 건설,낙후된 대도시의 재개발 등은 마치 불랙홀과 같이 투자를 흡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단히 소비 주도형 성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여전히 투자주도형 성장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잠재 성장률과 거시경제 정책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중국정부도 잘 모른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업 이윤과 투자 수요,거침없이 늘어만 가는 무역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로 인해 이율과 지급준비율 상승이 가져올 긴축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금년 초 두 달 동안 공업기업의 이윤은 전년(前年) 동기 대비 43.8% 증가했다.

정책 효과의 미약함 때문에 중국의 거시경제 관리는 행정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은행 창구지도와 외자기업의 업종 제한,투기자본의 유입 방지,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장려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연안(沿岸)의 잘나가는 지역과 침체한 내륙의 이중(二重) 경제구조이며,또 미래의 불안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면서 유지하고 있는 지나치게 높은 개인 저축률이다.

1분기 중국 도시지역의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다시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전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넓은 중국은 거시경제 상황도 지역별로 제각각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정부는 경기 과열 우려가 일부 산업과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확신한다.

전면적인 행정적 긴축조치는 소비와 투자의 간격을 더욱 넓히고,그동안 지속됐던 고성장 모멘텀에 찬물을 끼얹어 중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다.

4년 연속 10%를 상회한 고성장으로 인해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기가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다.

중국 경제의 현대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높은 성장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하물며 이율과 지급준비율 움직임으로 중국의 경기를 예측하려는 것은 체온으로 체질을 파악하려는 무모한 시도다.

위안화 평가절상 추이와 외자기업에 대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산업정책은 우리 수출기업에는 오히려 호기(好機)가 될 수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로 인해 중국이 수입자유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 변화에 따른 일희일비(一喜一悲)는 국제 투기자본의 이윤 공간을 넓혀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