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18일 "가계부채 위험수준이 2002년 카드대란 때와 비슷하다"고 경고한 것은 그만큼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졌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가계부채 비율,주택담보대출 비중,채무상환 능력,실질대출금리,신용카드대출 비중 등의 위험변수를 종합적으로 따져본 결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2005년 이후 가계신용 위험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가계신용 위험지수는 2002년 3분기에 최고치 2.84를 기록한 후 하락세로 반전했으나 2004년 3분기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작년 4분기에는 2.29로 카드 버블붕괴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2년 2분기(2.06)를 이미 0.23%포인트 웃돌고 있다.

2006년 가계부채 증가세가 앞으로 2분기 정도 더 지속되면 가계신용 위험지수는 올 하반기 중 '임계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금리 상승,주택가격 하락 등이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가계발(發)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2의 가계부실 대란 오나?

최근 2년 동안의 가계부채 급증세는 카드대란을 몰고온 2000~2002년의 양상과 비슷하다.

가계신용 잔액은 2000년부터 3년간 연평균 27.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채무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1998년 57%에서 2002년 113%로 악화됐다.

특히 카드발급 기준폐지 등으로 카드발급 건수가 연평균 40% 증가했다.

그 결과 신용카드사를 통한 가계대출이 1999년 16조원에서 2002년 57조원으로 무려 3.5배나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갑자기 카드 현금대출 한도축소와 같은 긴축정책을 내놓자 카드버블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신용불량자가 속출했으며 카드사와 은행은 부실더미에 올라섰다.

연구소는 가계신용 위험도가 카드대란 수준에 근접했지만 카드사,저축은행 등 비우량 부문의 대출비중이 낮아진 것은 긍정적인 점이라고 지적했다.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카드버블 당시 정부의 갑작스런 긴축정책이 버블붕괴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신용경색 예방차원에서 금융과 주택시장의 긴축조치를 조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여신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감독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에 대해 "일부 아파트 가격의 호가가 최근 들어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선 대출 규제를 완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1990년 초 북구 3국의 가계부실과 유사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1990년대 초 가계부채의 버블 붕괴를 겪었던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구 3국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후반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가계부채는 6년 동안 2배가량 증가했다.

2001년 이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2.1배)와 같다.

또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노르웨이 174%,스웨덴 134% 등으로 한국(152%)과 비슷하다.

1990년대 초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자 북구 3국 정부는 금융긴축으로 선회하면서 금리가 급상승했다.

그 결과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경기위축으로 인한 소득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계부채를 포함한 국내총생산(GDP)의 9~11%에 달하는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금융위기가 왔다.

장진모/황경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