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09학년도 이후 외국어고 입시에서 토플 등 공인 외국어시험 성적을 전형자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중학교 교육 과정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외국어시험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던 교육당국이 이번 '토플 대란'을 계기로 외고 입시에 대한 대수술에 들어갔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17일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들이 토플점수를 입학에 전형요소로 사용한 것이 토플 대란의 한 원인"이라며 "특목고 입시 전형요소에 토플을 아예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특목고를 관할하는 시·도교육청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토플은 영어권 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할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학교 교육 과정과 걸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원외국어고 등 6개 상위권 외고를 관할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2009학년도부터 토플뿐 아니라 토셀,텝스 등 다른 공인 외국어시험 성적까지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토플 대란을 계기로 주요 외고들 사이에도 토플 등 공인 외국어시험의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올 1월 발표한 외고 입시 개선안에서 검토만 됐다가 빠진 공인 외국어시험 폐지 방안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은 외고가 제출한 입시안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어 일부 외고들과 의견이 대립되더라도 입시제도의 개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당국은 외고들이 토플 등 공인 외국어시험의 반영 여부와 관련한 최종 입장을 전국 외고 교장단 회의가 열리는 오는 20일에 공식 표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인 외국어시험을 외고 입시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될 경우 입시를 위해 토플 등 외국어시험을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초등학생과 중학교 1~2학년생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업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사이의 학생들이 토플 점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토플 관리형 유학'을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제도가 변경될 경우 외고 입학을 위해 유학을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는 헛고생을 한 셈이 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을 타깃으로 한 영어교육 업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외고와 일부 대학이 정원 중 일정 비율을 공인 외국어시험 성적을 통해 뽑기 시작하면서 학원,문제집,온라인강의 등 관련 시장은 급성장세를 이어왔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5년 현재 한국의 영어 관련 사교육 시장 규모는 토플 토익 등 테스트 시장을 포함,연간 15조원에 달한다.

이 중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겨냥한 시장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토플만큼 어려운 자체시험이 신설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하늘교육의 임성호 평가실장은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을 가려 뽑기 위해서는 토플 시험과 유사한 난이도의 새로운 시험을 신설해야 할 것"이라며 "외국어 공부와 관련한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