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의미하는 CEO라는 말이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그 무게를 더 해가고 있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와 서울 시장 선거 때는 후보자들 마다 CEO 대통령과 CEO 시장이 되겠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금년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의 예비 후보자의 여론 조사에서 야당의 CEO 출신이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에 질세라 여당에서도 현역 CEO를 영입하기 위하여 경선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각 대학교들도 총장과 학장에 CEO출신들을 영입하고 있다. CEO 출신들의 정계와 관계 진출이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아주 오래된 일이다. 일반기업이나 증권 회사의 CEO들이 국무장관이나 재무장관에 임명 되었다가 소임을 끝내고 다시 CEO로 복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지방 자치단체 및 대학교 등 비영리 조직들도 이제는 단순한 관리의 차원을 넘어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도 세금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더 좋은 행정 서비스를 기대하게 되었다. 국가 기관이나 지방 자치 단체들이 국민과 주민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고객 만족의 경영을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스웨덴이 30여년간 지속하던 높은 세금 정책을 금년에 포기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이다. 애국심에만 호소 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피터 드럭커는 21세기를 경영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언 했었다. 그는 국가기관 만이 아니라 NGO까지도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경영의 세기에 과연 어떠한 CEO가 바람직한 CEO일가? 짐 코린스는 그의 역작인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개인이나 기업이나 학교가 좋음(good)을 넘어 위대함(great)으로 가지 못하는 것은 좋은 상태에 만족하여 안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안주하지 않고 위대한 기업을 만든 CEO들의 특징을 이야기 했다. 그는 경영자를 5단계로 나누어 최상의 단계를 레벨 5 경영자로 정의 했다. 그들은 롬멜이나 시저 같은 카리스마형의 CEO들이 아니라 링컨이나 소크라테스 처럼 내성적인 인물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인간적으로는 겸손함을 갖추고 경영자로서의 전문적인 의지는 누구 보다도 강하였으나 그들은 천문학적인 연봉도 탐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론에 많이 노출되기를 싫어 했고 기업에 문제가 있을 때는 자신의 허물이 무엇인지 거울을 들여다 보며 고민했고 기업이 잘 되면 누구를 칭찬할 가를 찾았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선비 같은 인격을 갖춘 경영자 들이 었다. 그는 30년간 포춘 500대 기업에 선정 되었던 기업 가운데 15년 이상 경쟁 기업보다 3배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11개의 기업의 경영자를 위대한 경영자로 선정했는데 그 속에 GE의 잭 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같이 CEO의 평균 재직 기간이 짧은 나라에서는 위대한 경영자는 아직 탄생할 수 없는 풍토이다. 그러나 앞으로 전문경영인제도가 정착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같이 위대한 경영자가 탄생하여 사회적으로 존경 받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기업의 목표가 기업가치 극대화 한가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경제 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기업윤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만족도 기업의 또 다른 목표로 요구 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초점이 하나인 원이 었다면 이제는 초점이 두개인 타원형의 경영을 해야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기업 CEO들에게 요구가 많아지면서 한편으로 기업 경영자로서의 성공은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면에서도 성공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의 세기를 맞이하여 CEO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전문가로서의 지식습득 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겸허함을 갖추어 위대한 경영자가 되기 위해 한눈팔지 말고 자신의 전 삶을 걸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초청 칼럼니스트 프로필 및 저서소개

학교법인 대림학원이사장. 1945년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상대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 대학원(경영학 석사)을 졸업하고 KAIST 최고정보경영자과정,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세종대학교 경영최고위과정을 마쳤다.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상무이사와 서울증권 상무이사, 대림아이엔에스(주) 부회장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대림대학교 강사, 한국능률협회 지식경영위원장, 한국지식경영학회 부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기업도 상품이다』『M&A 사례집 1』『이것이 지식경영의 핵심이다』『덕이 있는 부가 청부다』『하늘에 띄우는 연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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