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의 백미(白眉)는 단연 미국 대통령 선거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만큼 다양한 글로벌 이슈들이 걸러진다. 후보들은 저마다 국제적인 식견을 뽐낸다. 그러나 선거 막판 대세를 결정짓는 핵심 이슈는 언제나 '교육'이다. 유권자 대부분이 자식을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인 탓이다. 공교육에 기업적 요소를 가미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공화당)과 절대교육도 못 받는 계층이 많으니 공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민주당)가 늘 팽팽히 맞선다.

우리나라 대선에선 그동안 '교육'이 실종되어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은 표를 얻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표를 까먹기 십상이다. 당선만 생각한다면 수월성 교육보다는 평준화를 강조해야 한다. 철학없는 포퓰리즘이지만 선거엔 유리하다. 실제 지자체장을 선거로 뽑기 시작한 이후 지방 고교는 대부분 평준화됐다. 대통령도 뚜렷한 교육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 당선되다 보니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60년간 무려 50명의 교육장관을 양산했다. 교육정책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올 대선도 달라진 게 없다. 대입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이 핫이슈로 떠올랐지만 이에 대한 후보들의 구체적인 생각을 듣기는 쉽지 않다. 총론만 왈가왈부할 뿐 각론은 모두 어물쩡 넘어가려 한다. 교육의 글로벌화에 대해선 아예 언급이 없다.

우리 '교육'은 지금 글로벌 경쟁력을 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글로벌시대의 2류시민들만 만들어 낼 뿐이다. 이른바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상당수 자녀들을 해외에서 공부시킨다. 그들이 귀국하면 좋은 직장의 높은 자리를 얻는다. 상장기업 임원 중 서울대출신이 차지하는 비중(2002년 22.0%→2007년 17.9%)이 줄었지만 그 자리를 채우는 사람은 국내 다른 대학이 아닌 외국 대학출신(18.6%→20.5%)이라는 최근 통계는 그런 현상을 보여주는 작은 예일 뿐이다.

형편이 안 되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까지 보낸다.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교육을 받는 게 대학가기도,직장얻기도 좋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교육수지 적자 44억달러(약 4조원)는 그렇게 쌓인 돈이다. 교육적자는 2011년 100억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우리나라 교육예산의 30%에 가까운 금액이다.

교육시장을 개방하면 국내에서도 지금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글로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위화감'과 '양극화'를 이유로 빗장을 걸어 잠갔다. 교육은 실험대상이 아닌 만큼 절대로 개방 못 한다는 '교육 대원군'들의 목소리가 드셌다. '표'를 가진 전교조 등 교육 이익집단이 든든한 배경이다. 한·미 FTA협상 테이블에서도 교육시장을 '예외'로 만들 정도로 이들의 힘은 막강하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유감스럽게도 '없는 사람'들을 글로벌 교육에서 소외시켜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가슴 아픈 상황을 만들어 냈다. 국내 교육시스템을 2류시민 양성소로 격하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후보들은 이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분명한 입장을 내 놓고,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글로벌 인재양성에 관한 철학과 소신이 없는 대통령은 더이상 필요없다.

육동인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