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제약산업] (中) 제작 110년 … 글로벌新藥 고작 하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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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해 말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하던 고지혈증치료제 '토세트래핍' 개발을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임상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치료제 개발에 쏟아 부은 7400억원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신약개발은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산업이다.
화이자가 신약개발 실패로 막대한 비용을 날리고도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현금)'이 워낙 많은 까닭이다.
화이자의 1년 R&D 투자액은 약 7조6000억원(2006년 기준).반면 국내 1위 동아제약의 지난해 R&D 투자비는 300억원에 불과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국내 제약사도 이제 신약개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이 매출 1000억원 이상 15개 제약사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 국내 제약사가 신약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단 20%에 그쳤다.
67%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국내 한 제약업체 연구소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박사급 신약연구를 하고 있다면 국내는 학부 초년생 수준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미약품과 LG생명과학의 엇갈린 운명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로 정면 승부하기를 꺼리는 데는 한미약품과 LG생명과학의 사례를 통한 '학습효과'가 한몫했다.
LG생명과학과 한미약품은 그동안 정반대의 성장전략을 취해왔다.
신약개발 전문 제약사를 표방한 LG는 2003년 국내 최초의 글로벌 신약 '팩티브'를 개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본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다 보니 최근 3년간 연매출이 2000억원대 초반에서 정체돼 있었다.
결국 LG는 올해 복제약 시장에 '조용히' 진출했다.
반면 한미는 신속한 복제약 및 개량신약 개발로 의약분업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2002년 2292억원이던 매출은 4년 만에 4222억원으로 껑충 뛰며 업계 2위로 도약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LG의 신약개발 실험은 분명 높은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20년 초라한 성적표
신약개발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기는 다른 제약업체도 마찬가지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1987년 물질특허 도입 이후 총 11개의 신약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승인을 받은 글로벌 신약은 1개(팩티브)에 불과하다.
이 중 연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제품은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가 유일하다.
한 업체 개발팀 관계자는 "국내사의 경우 신약개발 역량이 미흡해 국제 경쟁력이 부족한 모방 수준의 신약개발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업체 임원은 "국내 신약은 시장 니즈보다는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막연한 목표로 개발한 경우가 많아 경제성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국산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R&D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제약사 연구소장은 "국내 제약사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감안할 때 화이자와 같이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겨냥해서는 성공 확률이 낮다"며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경험을 쌓은 후 세계적인 신약 개발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연구소장도 "한 회사가 모든 것을 다 걸고 신약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여러 회사가 전략적 제휴를 맺어 리스크를 분산하고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는 식의 R&D 네트워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국내 제약업체들의 신약 개발능력이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R&D 투자 규모를 과감하게 늘리는 게 급선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임상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치료제 개발에 쏟아 부은 7400억원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신약개발은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산업이다.
화이자가 신약개발 실패로 막대한 비용을 날리고도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현금)'이 워낙 많은 까닭이다.
화이자의 1년 R&D 투자액은 약 7조6000억원(2006년 기준).반면 국내 1위 동아제약의 지난해 R&D 투자비는 300억원에 불과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국내 제약사도 이제 신약개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이 매출 1000억원 이상 15개 제약사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 국내 제약사가 신약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단 20%에 그쳤다.
67%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국내 한 제약업체 연구소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박사급 신약연구를 하고 있다면 국내는 학부 초년생 수준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미약품과 LG생명과학의 엇갈린 운명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로 정면 승부하기를 꺼리는 데는 한미약품과 LG생명과학의 사례를 통한 '학습효과'가 한몫했다.
LG생명과학과 한미약품은 그동안 정반대의 성장전략을 취해왔다.
신약개발 전문 제약사를 표방한 LG는 2003년 국내 최초의 글로벌 신약 '팩티브'를 개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본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다 보니 최근 3년간 연매출이 2000억원대 초반에서 정체돼 있었다.
결국 LG는 올해 복제약 시장에 '조용히' 진출했다.
반면 한미는 신속한 복제약 및 개량신약 개발로 의약분업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2002년 2292억원이던 매출은 4년 만에 4222억원으로 껑충 뛰며 업계 2위로 도약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LG의 신약개발 실험은 분명 높은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20년 초라한 성적표
신약개발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기는 다른 제약업체도 마찬가지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1987년 물질특허 도입 이후 총 11개의 신약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승인을 받은 글로벌 신약은 1개(팩티브)에 불과하다.
이 중 연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제품은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가 유일하다.
한 업체 개발팀 관계자는 "국내사의 경우 신약개발 역량이 미흡해 국제 경쟁력이 부족한 모방 수준의 신약개발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업체 임원은 "국내 신약은 시장 니즈보다는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막연한 목표로 개발한 경우가 많아 경제성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국산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R&D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제약사 연구소장은 "국내 제약사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감안할 때 화이자와 같이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겨냥해서는 성공 확률이 낮다"며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경험을 쌓은 후 세계적인 신약 개발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연구소장도 "한 회사가 모든 것을 다 걸고 신약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여러 회사가 전략적 제휴를 맺어 리스크를 분산하고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는 식의 R&D 네트워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국내 제약업체들의 신약 개발능력이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R&D 투자 규모를 과감하게 늘리는 게 급선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