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독일 등 유럽 각국이 정부 보유 자산을 앞다퉈 매각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들 정부가 팔려는 자산 중엔 우량 기업의 주식도 포함돼 있어 유럽 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영국은 의료비 지출 증대로 인한 재정 악화에 대응해 정부 보유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매각 대상은 정부가 소유한 기업 주식 등으로 '올해부터 5년간 총 360억파운드의 자산을 판다'(블레어 영국 총리)는 방침이다.

영국 정부는 우선 대학생 등에게 빌려준 학자금 대출 채권 60억파운드를 증권화해 은행 등에 매각할 계획이다.

원래 돈을 빌린 학생들이 취직해 나중에 갚도록 돼 있는 학자금 대출을 조기에 회수해 신규 교육 예산에 쓴다는 복안이다.

독일 정부는 현재 100%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철도 주식의 25%를 매각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부도 항공 대기업인 알리탈리아의 정부 보유주식 중 40%를 팔기로 했다.

스웨덴의 경우 1992년 금융위기 때 국유화했던 북유럽 최대 은행인 노르디아은행과 주류 대기업인 V&S 등 6개사의 정부 보유주식 1500억크로나어치를 2009년까지 매각할 계획이다.

V&S 매각과 관련해선 스미노프를 산하에 두고 있는 영국의 디아지오와 시바스 리갈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페르노 리갈 등이 매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 각국이 이처럼 정부 보유 자산을 잇따라 매각하려는 것은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급증해 재정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탈리아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4.4%에 달했다.

이는 단일통화인 유로의 신인도를 위해 유럽연합(EU)이 권고하고 있는 3%를 4년 연속 초과한 것이어서 재정수지 개선이 시급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영국과 독일도 올해 재정적자가 유로권 평균(2.3%)을 웃돌 전망이어서 두 나라 정부는 적자폭 축소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스웨덴 등 북부 유럽에선 노조 중시의 좌파에서 시장 중시의 보수중도로 정권 교체가 이어지면서 민간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기업의 비효율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도 각국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에 적극 나서게 된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