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지 않고 빛(양성자)을 쪼여 암세포만 정확하게 제거하는 설비가 국내에 도입됐다.

국립암센터(원장 유근영)는 480억원을 들여 벨기에 IBA사에서 도입한 '양성자 치료기'의 설치를 완료하고 9일 가동에 들어갔다.

이 치료기는 수소 원자의 핵(양성자)을 광속의 60% 속도로 가속한 후 이를 몸 속에 통과시켜 암세포를 정확하게 제거하는 장치다.

양성자는 몸 속을 통과하면서 암 부위의 앞에 있는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은 채 암세포에 닿았을 때 최고의 에너지를 쏟아붓고 소멸한다.

이 때문에 그 뒤에 있는 정상 세포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암센터의 설명이다.

치료비는 1인당 1500만~2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조관호 양성자치료센터장은 "기존 방사선(X-선) 치료가 통과 경로에 있는 모든 조직에 손상을 주는 데 비해 이 방법은 암 부위만 집중적으로 파괴해 식욕 부진,설사,두통 등의 부작용이 적은 게 특징"이라며 "치료받는 시간이 1회 약 20~30분으로 암 환자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는 다른 장기 등으로 퍼지지 않고 특정 부위에 덩어리 상태로 있는 폐암이나 간암 자궁암 유방암 직장암 두경부암 전립선암 등 고형 암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 센터장은 "특히 어린이 암 환자는 방사선 치료시 부작용이 있는데 이를 통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혈액암 등 전신 질환에 속하는 암이나 온 몸으로 암세포가 퍼지는 전이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센터는 양성자 치료기 3기 가운데 회전식 치료기 1기만 가동을 시작했는데 오는 10월까지 나머지(고정식 치료기 2기)를 가동하면 월평균 70명 정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복지부는 저소득 암 환자들의 치료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치료비 감면,사회사업 단체들의 재정 지원 알선,건강보험 급여 대상 포함 등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치료 장치는 현재 미국 하버드대 부속병원,MD앤더슨 암센터,일본 국립암센터 등 전 세계 28개 기관만 보유하고 있다.

문의 국립암센터 원무팀 (031)920-1000.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