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신청을 받을 때 은행이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해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은행이 위자료를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03년 2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팔려던 박모씨(55)는 아파트를 담보로 3억여원의 대출이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은행을 통해 자초지종을 알아본 그는 자신의 부인이 2002년 7월 은행 VIP룸으로 다른 남자를 데려와 박씨의 신분증과 인감도장 등을 제시하며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것을 알아냈다. 같은 해 10월부터 대출이자가 연체되자 은행은 박씨를 신용불량자로 등록했고 그는 그 후 6개월간 신용불량자 신세를 져야 했다.

서울중앙지법 81단독 김흥준 판사는 박씨가 은행 VIP고객 담당자인 조모씨(47)와 은행을 상대로 낸 8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VIP고객 전담자인 조씨는 원고로 행세하는 남자가 주민등록증 사진과 다르다고 생각했으면서도 통상 거쳐야 할 주민등록번호,주소지 등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대출금액이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증가하게 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은행은 사실관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원고를 신용불량자로 등록하고,신용불량자 해제를 타 기관에 늦게 요청해 원고로 하여금 경제활동을 하는데 지장을 받게 했다"고 판시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