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짝퉁 골프클럽'을 판매해 오던 범죄조직이 최근 검거되면서 국내 골프용품 시장에도 '가짜 클럽 유통'에 대한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나 태국 등지에서 만들어진 '짝퉁클럽'이 국내로 일부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촉구된다.

영국 골프잡지 '골프월드'의 한국판인 '더 골프' 최신호에 따르면 영국의 웨스트 요크셔 거래표준국(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은 20만파운드(약 3억6600만원)어치의 가짜 골프용품을 압수하고 이를 판매하려는 일당을 검거했다.

가짜 골프용품은 핑 드라이버, 스코티카메론 퍼터, 애시워스 스웨터, 테일러메이드 방수제품 등 수십종이었다.

이 제품들은 모두 인터넷 경매나 벼룩시장 등을 통해 팔릴 예정이었다.

영국 경찰은 약 30억∼40억파운드(약 5500억∼7330억원)어치의 '가짜 클럽'이 국제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웨스트 요크셔 거래표준국 폴 스미스 책임자는 "가짜 클럽 유통조직은 지난 수개월 동안 약 50만파운드(약 9억1650만원)어치의 가짜 골프클럽을 만들어 정상 소매가의 80∼90%로 판매해 왔다"고 밝혔다.

범죄조직은 가짜 골프클럽을 태국에서 생산한 뒤 세관원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영국 내 150여개 다른 주소를 통해 이 물건을 받았다.

이어 거래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세계적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에 여러 계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국도 '가짜 클럽'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한 케이블TV 홈쇼핑에서 판매한 '팀다이와 하이트렉' 500세트 가운데 일부 제품이 '짝퉁'으로 판명났다.

최근 한 회사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선물용으로 '테일러메이드 볼'을 주문했다가 '짝퉁 볼'을 받기도 했다.

클리브랜드도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위해 고객이 가져온 클럽 중에 '짝퉁'을 발견했고 던롭은 지난해 중국에서 만들어진 '짝퉁' DDH볼이 대량으로 국내에 풀려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 등 유명 브랜드의 '짝퉁' 골프백을 제조해 유통시킨 업자들을 적발한 적도 있다.

'짝퉁 클럽'은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데다 처벌이 약해 범죄조직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 경찰 관계자는 "스카티카메론 퍼터를 1∼2파운드(약 2000∼3000원)에 제작해 이베이를 통해 120파운드(약 22만원)에 팔아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

범죄조직은 1000파운드어치의 마약을 팔아 1500파운드밖에 벌지 못한다.

게다가 마약을 팔다가 적발되면 수년간 감옥살이를 해야 하지만 가짜 클럽은 1000파운드로 3만파운드를 버는 데다 검거된다 해도 벌금내고 훈방된다"고 설명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