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약서 `서명날인'은 서명 및 날인 동시 요구"

`계약서에 서명ㆍ날인해야 한다'고 할 때 서명과 날인을 함께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면 충분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8부(최병덕 부장판사)는 부동산업자 임모씨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기명 및 날인을 했다는 이유로 업무를 정지시킨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임씨는 2005년 12월 성동구에서 아파트 계약을 중개한 후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이름ㆍ사무소가 새겨진 고무도장과 인감을 찍어 기명(記名) 및 날인을 했다.

구청은 이듬해 3월 임씨가 서명하지 않아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의 `중개업자가 계약서에 서명ㆍ날인해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다며 1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임씨는 "다른 사항은 모두 자필로 작성했고 `중개업자'란에만 고무도장과 인감을 날인해 기명ㆍ날인한 만큼 `서명ㆍ날인'과 같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기명은 방법 여하를 불문하고 이름을 적는 것이고, 서명은 자필로 이름을 적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기명을 서명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고법은 "`서명ㆍ날인' 규정은 계약 내용과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므로 반드시 서명과 날인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서명 또는 날인을 하면 충분하다"며 유연하게 해석해 1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은 법관이 판결서에 `서명날인'하도록 한 것과 달리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업자가 계약서에 `서명ㆍ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해 열거된 단어가 대등하거나 밀접한 관계임을 나타내는 가운뎃점(ㆍ)을 쓰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서명 및 날인 또는 기명 및 날인을 동시에 요구하는 경우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이라고 규정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명ㆍ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내용을 명확히 해 분쟁을 막고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에 있다.

원고는 기명과 날인을 했으므로 `서명ㆍ날인' 요건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법의 경우 어음법은 `배서인이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라고, 민사소송법은 `재판장은 증인으로 하여금 선서서를 읽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라고, 형사소송법은 `재판장은 선서서를 낭독하고 서명날인하게 해야…'라고 하는 등 기명ㆍ서명ㆍ기명날인ㆍ서명날인을 구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