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예금을 받아 막대한 자금을 조성한다. 그런데 예금자에게 예금금리를 지급하려면 이 돈을 쌓아 놓아서는 안 되고 반드시 대출 등으로 자금을 굴려야 한다. 이때 예금금리보다는 대출금리를 많이 받게 되므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물론 예금 규모가 100일 때 100을 모두 대출로 운용하면 이익을 더 올릴 수 있으니 좋겠지만 중앙은행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고객의 인출요구에 부응하도록 일부를 지불준비금(이하 지준금)으로 보유하도록 조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한은은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단기성예금에 대한 지불준비율을 5%에서 7%로 올린 바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단기예금을 100만큼 받는다고 할 때 7의 자금을 지준금으로 보유하고 93까지만 대출을 줄 수가 있다. 지준율이 5%일 때는 95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므로 대출가능액이 2만큼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 은행이 자금을 운용하다보면 지준금을 맞추기 위해 돈이 남아도는 은행에서 하루 정도 돈을 빌려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처럼 지준금 조달 등의 목적으로 초단기 자금이 금융기관 간에 오가는 시장을 콜시장이라 하고 이 시장에서 적용되는 금리(연율)를 콜금리라 한다. 한국은행은 바로 이 콜금리에 대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 목표치에 맞게 자금이 융통될 수 있도록 유동성을 조절한다. 목표치로 제시된 금리 수준에 비해 유동성이 남아돌면 돈줄을 죄고,거꾸로 유동성이 부족하면 돈을 풀어줌으로써 금리가 유지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콜금리는 은행들에 있어서 자금의 원가에 비슷한 역할을 한다. 지준금 등이 모자라서 콜금리를 내고 자금을 빌려온 은행의 경우 콜금리는 자금조달의 기본비용이 되는 셈이다. 결국 콜금리는 머니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끼리 물건을 주고받는 도매가격에 해당한다. 이때 물건(자금)을 소비자에게 넘길 때 적용되는 소매가격은 도매가격에 일부 마진(가산금리)을 얹어서 결정된다.

콜시장은 자금에 대한 일종의 도매시장이고 한국은행은 도매가격으로서의 콜금리에 대한 목표치를 제시함으로써 금리를 통제하고 자금의 양을 통제하는 셈이다. 한은이 금리목표치를 올린다는 얘기는 도매가격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셈이고 도매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소매가격은 오른다. 은행들이 소비자 혹은 기업에 적용하는 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것이다. (흔히 기업 관련 대출을 도매시장,소비자 대출을 소매시장으로 부르는 관행이 있는데 여기서의 설명은 이와는 구별된다)



이처럼 금융기관 간 자금시장에서 적용되는 금리를 통제하는 방법은 미국도 동일하다. 금융기관 간 자금시장이 연방기금시장이고,이 시장에서 자금이 오갈 때 적용되는 금리가 연방기금금리다. 그리고 미국의 중앙은행은 연방준비제도라고 한다. 중앙은행은 일종의 빅브라더로서 시장 전체를 통제하며 목표치를 제시하고 금융기관들이 이에 부응함으로써 금리와 통화량이 조절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금리목표치가 제시되지 않는 예금이 있다. 예를 들어 런던에 있는 은행이 달러예금을 받는 경우다. 이들은 지불준비금이 따로 필요없다. 영국의 중앙은행 곧 영란은행은 파운드예금에 대해서는 지준금을 요구하지만 달러에 대해서는 제약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달러예금을 모두 다 대출로 운용할 수 있다. 비록 유로달러 시장에서의 달러자금에 대해서는 금리목표치도 제시되지 않고 따로 통화관리도 일어나지 않지만 금융기관 간 자금시장은 엄연히 존재한다. 자금이 모자라면 다른 은행에서 빌려오고 남아돌면 빌려주기도 한다. 이때 자금이 남아도는 은행은 자금이 필요한 은행에 정기예금을 들어주는 방법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 이처럼 은행 간 정기예금에 적용되는 금리가 바로 그 유명한 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금리다.

이 금리는 빅브라더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 시장에서 금융기관끼리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금리다. 시장 상황을 즉시 반영하므로 등락도 꽤 심하다. 게다가 유로달러 시장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 금리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물론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금리인 미재무성단기채권(T-bill)보다는 금리가 높다. 규제가 없는 시장의 위험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리보금리는 많은 자금거래의 기본이 된다. 런던은행연합회(BBA:British Bankers Association)는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를 토대로 매일 오전 11시에 그날의 리보금리를 발표한다. 1개월,3개월,6개월,12개월 등 다양한 만기에 대해 그리고 달러말고도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통화표시자금에 대해서도 리보금리가 발표된다.

기업들이 달러 자금을 조달할 때 리보금리에 얼마의 가산금리를 붙여서 조달하는지를 보면 그 기업의 신용도를 금방 알 수가 있다. 일반적 금융거래에서 조달 금리가 얼마냐고 물으면 "리보+100bp"라는 식의 대답이 나올 정도로 리보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중요한 기준금리다. 전 세계 주요통화 표시자금이 유럽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화려한 경연대회를 펼치고 있고,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리가 결정되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