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부가 1976년 주한미군 철수를 막기 위해 미국 의회를 상대로 총력 로비를 펼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의회는 사교 논란 속에 세력을 확장하던 통일교의 배후에 박정희 정권이 있다는 의혹을 갖고 청문회를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가 4일 공개한 당해연도 11만9000여쪽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외무부와 중앙정보부는 '한반도 정세 및 한·미관계'라는 보고서를 작성,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캠프에 전달했다.

1980년까지 주한 미군을 잡아두고 미국이 전략 핵을 철수해도 이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또 그 해 8월 카터의 정치 참모 존 포프가 일본을 방문하자 김영선 당시 주일 대사를 통해 주한 미군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카터 후보는 5년여간 남한 군사력 증강 속도를 보고 주한 미군을 철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는 통일교의 세력 확장과 맞물려 미국 내 반한(反韓) 감정을 확산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 해 10월1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정부가 박동선씨를 내세워 미 의원들에게 거액의 현금 로비를 했다고 폭로함으로써 '코리아 게이트'를 촉발시켰다.

이로써 박정희 정부의 로비 시도는 미국과의 외교 마찰로 이어진 셈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