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로 복역 중인 재소자가 시인으로 등단해 화제다.

주인공은 1996년 살인죄로 수감돼 현재 청송교도소에서 11년째 복역 중인 이정진씨(38). 이씨는 문학계간지 '창작21'의 2007년 봄호에 '불새의 꿈' 외 4편이 당선돼 정식 시인으로 등단했다.

당선작 '불새의 꿈'에는 현실의 굴곡을 뚫고 세상에 나아가려는 이씨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불가능하다고?/모르는 소리/여기엔 모든 장비가 다 있어/세상을 다 품을 만한 것들을 만들어/세상에 나갈 거야!…세상에서는 파괴의 무기로 쓰던 것들/이곳에서는 나를 다듬는 도구로 쓰고 있어/기다려!/재 속에서 부활하는 불새처럼/다시 날아오를 거야!'

심사위원단(이기형·문창길·정대구씨)은 "그의 시는 하나같이 수식에 앞서 날 체험의 감동으로 독자에게 각인되는 마력을 갖는다.

그가 사물을 보는 안목은 독창적이고 구체적이다.

무료하고 답답한 감옥생활 속이지만 사소한 것들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그의 시적 감수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씨는 당선소감을 통해 "길거리의 걸인들보다 더 소외된 죄인의 삶 속에서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죄 지은 자의 일기요,반성문이었습니다.

희망이라는 게 정말 있다면 그게 바로 이런 모양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족하고 못난 죄인에게 부끄럽게도 이런 과분한 영광을 주시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치고 독학사 준비 중인 이씨는 현재 강직성 척추염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는 3년 뒤 출소할 예정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