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직원들 공부부터 시켜라." 요즘 직장인들의 화두는 단연 자기계발이다.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에 자기계발을 소홀히 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어서다.

스스로는 '회사를 위해 할 만큼 했다'고 자부해도 해외 주재원 자리는 평소 어학실력을 닦아놓은 선후배에게 돌아가고,승진은 고급 자격증을 취득한 동료에게 밀리는 게 다반사가 됐다.


이제 직장인들에게 자기계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 기업 역시 임직원들에게 일상적인 업무처리 능력 외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에 따른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공부하는 임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지혜가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공부하는 직장'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맞춤형 교육에서부터 국내외 대학에 위탁하는 장기 현장교육에 이르기까지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국내 최대 기업답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어학교육은 기본. 매달 분야별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하는 '프로페셔널 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며,1년에 두 차례씩 각 직급별로 소양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비즈니스 할 때 도움이 되도록 '와인 마시는 법'도 가르쳐줄 정도다.

현대자동차는 인터넷 교육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외국어는 물론 회계 마케팅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학습거리'를 인터넷을 통해 접한다.

현대·기아차는 또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한 차례씩 집체교육을 실시,직급 및 직무별로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

LG전자에는 영어공부 열풍이 분 상태. 2008년부터 사내 영어공용화를 실시하기로 한 데다 올해 초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남용 부회장이 영어 능력 향상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발표자료를 영어로 제작하는가 하면,벌써부터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부서까지 생겼다고.

한화그룹의 '영어 열풍'도 LG전자에 못지 않다.

한화건설은 캐나다 원어민 강사를 각종 건설현장으로 초빙하는 '찾아가는 외국어 강의'를 실시하고 있으며,㈜한화 무역부문은 '화상 외국어 강의'를 자체 제작해 임직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한화'의 기치를 내건 김승연 회장의 지시로 대리급 직원들만 봤던 토익 시험 대상자를 차·부장급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중국시장에 '올인'하고 있는 SK그룹에선 중국어 공부 열기가 뜨겁다.

SK㈜의 경우 아침 저녁으로 23개 중국어 강좌가 개설된 상태. 2005년부터 지금까지 1600여명이 중국어를 수강했다.

SK C&C는 중국사업에 활용 가능한 인력을 본부별로 추천받아 매일 3시간씩 중국어 집중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GS그룹과 동부그룹,이랜드그룹에선 '독서'를 통한 자기계발이 한창이다.

이랜드그룹은 연간 300권을 읽는 '재계의 독서광'으로 알려진 박성수 회장 주도로 전 임직원들의 책읽기가 정착된 상태다.

박 회장은 수시로 임직원들에게 책을 추천할 뿐 아니라 아예 경영자 개발 프로그램에 필독서를 추가해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책읽기를 통해 경영 아이디어를 얻는 허동수 회장의 영향으로 전 임직원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기업이다.

GS칼텍스는 경영·경제에서부터 에너지관련 전문서적에 이르기까지 8600여권이 구비된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으며,하루 평균 20여권이 대출되고 있다.

동부그룹 역시 틈 날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김준기 회장의 영향으로 독서를 통한 자기계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올 들어서도 계열사 CEO와 임원들에게 잭 웰치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 등 필독서 5권을 추천한 뒤 독후감과 실천과제를 발표하라고 주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열풍은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월급쟁이들의 절박감과 '임직원 능력 향상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회사 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