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김모 과장은 요즘 업무를 마친 이후에도 2시간 이상 사무실에 남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사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이버 영어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지난달 3개월치의 수강신청을 해 놓았지만 지난 2~3주간 업무량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강의를 제때 듣지 못했다.

수강료는 무료지만 3개월 안에 정해진 양의 강의를 다 듣지 못하면 벌금으로 10만원을 내야 하고 고급과정으로 넘어갈 수도 없다.

김 과장은 "앞으로 1주일간은 매일 업무를 끝낸 뒤 영어 강의를 들어 진도를 따라잡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뿐만이 아니다.

요즘 현대·기아차그룹의 임직원들은 외국어와 컴퓨터,재무관리 등을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다.

회사 측에서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돕고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 참여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대·기아차 직원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자신의 직무상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면에 걸쳐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현대차의 한 신입사원은 "외국어 등을 공부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면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시간도 많이 빼앗기게 되는데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데다 시간도 절약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이버 강의가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선택과목이라면 직급별 또는 직무별로 시행하는 집체교육은 필수과목이다.

현대·기아차의 임직원이라면 1년에 한 번씩은 사전 교육과 본교육, 사후 교육 등으로 구성되는 집체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본교육 1~2주 전에 실시하는 사전교육 단계에서는 각 개인별로 그간의 성과와 역량을 평가하고 스스로 자기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해 이를 토대로 각자에게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짠다.

본교육은 2박3일간 연수원에서 합숙을 하면서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는 직급이나 직무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교육한다.

조직의 중간관리자라 할 수 있는 부장급 교육을 예로 들면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의사결정과 부하 직원들에 대한 성과관리 기법 등 리더십에 관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본교육이 끝나면 1주일 내에 사후교육이 이루어진다.

교육 대상자들은 본교육 때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계획을 세워 제출해야 한다.

집체교육에 대한 참여도와 교육 과정에서 나타난 성취도는 승진 등 인사에도 반영된다.


임원들에 대한 교육은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현대·기아차의 임원 교육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수익성 마인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신임 이사대우들을 대상으로 5박6일의 집체교육을 실시한다.

이 교육에서는 최고경영자(CEO) 특강 등을 통해 임원으로서 역할 변화를 인식시키고 전략경영, 조직관리, 마케팅, 재무회계, 생산관리 등의 과목으로 구성된 미니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진행한다.

신임 상무들도 2박3일의 교육을 받는다.

신임 상무 교육은 세계적인 기업의 생존존략에 대해 케이스스터디를 하고 사업부장으로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정기적인 교육 과정 외에 각 시기의 현안을 주제로 '특별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샌드위치 위기론' 등 재계 곳곳에서 '위기론'이 제기되자 현대·기아차는 지난 2월부터 본사는 물론 공장과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임직원 2만명을 대상으로 '변화와 혁신'이라는 테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