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고 한다. 물론 배고픔의 정도가 참을 만할 때 얘기겠지만 배아픔이라는 게 그만큼 견디기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몸보다 마음이 상하는 게 더 큰 일인 수가 많다. 신체적 상처와 달리 정신적 상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속에서 곪거나 썩기 쉬운 까닭이다.

정신건강을 해치는 요인은 많다.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은 사회제도도 있고 어쩔 수 없이 타고난 환경도 있다. 살면서 겪는 실패와 좌절의 경험 또한 정신건강의 최대 적이다. 매사 뜻대로 되지 않고 자꾸 어딘가에 걸리고 넘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상은 물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감을 상실하면 희망이 사라지고,희망이 안보이면 누구든 극도의 외로움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외로움은 분노를,분노는 증오를 낳는다고 하거니와 이 같은 증오가 밖을 향하면 사회적 일탈,안으로 쌓이면 무력감과 낭패감에 따른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은 자칫 목숨 포기라는 극단적 행동을 유발하기 쉽다.

최근 5년간 정신과를 찾은 환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거나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사실은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님을 드러낸다. 4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건강 챙기기'를 주제로 각종 행사를 펼치는 것도 그래서일 터이다.

때마침 영국에선 우울할 땐 흙을 만지는 게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흙 속 미생물이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은 면역시스템을 약화시킨다는 발표도 있다.

신학자 에라스무스는 '우신예찬'에서 이성보다 어리석음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고 썼고, 버트런드 러셀은 불행에서 벗어나려면 죄의식과 피해망상증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은 마음먹기에 달렸다지만 힘들다 싶으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빨리 치료책을 찾아야 한다. 그냥 두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심근경색 등 다른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기억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