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로 한국과 교역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중 어느 나라가 피해를 입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호주와 일본의 피해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유럽연합(EU)도 피해권역에 놓여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과 FTA를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호주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쇠고기 때문.호주는 2003년 말 미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터진 이후부터는 한국 쇠고기 수입시장을 75% 이상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쇠고기 총 수입액 7억6000만달러 중 호주가 가져간 것이 5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한국과 미국 양국은 FTA를 타결지으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관세를 15년 내 철폐하고,검역문제도 오는 5월께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 등급이 나온 이후 해결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내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시장에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호주가 한국에 수출한 쇠고기는 총 14만6000여t.반면 미국은 제로다.

2003년엔 미국이 19만9000t이었으며 호주는 8만8000여t이었다.

축산업계에선 미국 측이 가격을 낮춰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소비자 가격 기준으론 대략 호주산보다 10% 이상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만약 호주가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5억7000만달러의 시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호주도 가격 인하에 나설 공산이 크다.

장기적으론 가격 인하폭이 더 커질 것이다.

FTA가 발효돼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하락이 커지고 15년 후엔 그 차이가 40% 이상 벌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호주가 쇠고기 때문이라도 한국과의 FTA 체결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전긍긍하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 제품은 거대한 미국시장에 무관세로 들어가는 반면 일본 제품은 평균 4% 내외의 관세를 지불하게 된다.

일본기업 중 한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경우도 생기고 결국 일본 경제는 심각한 공동화를 맞게 된다." 일본의 걱정이 드러난 지난달 23일 아사히신문의 보도다.

일본은 특히 자동차의 가격경쟁력 하락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공장을 짓고는 있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많고 아직도 중소형 자동차의 수출 비중이 높다"며 "한·미 FTA로 한국차의 미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수지 흑자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한국 무역흑자는 250억달러를 웃돌았으며 대부분은 부품과 소재 분야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미국 제품이 무관세로 들어오면 일본산 부품·소재의 한국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오정규 산자부 무역투자진흥관은 "한·미 FTA로 대일 무역적자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U도 일본과 같은 차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첨단 하이테크 산업에서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업체일수록 한·미 FTA의 손익계산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

EU 업계는 이 때문에 한·EU FTA가 조속히 체결되어야 한다고 EU 집행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

결국 한·미 FTA가 한국의 FTA 허브를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