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찾는다고요? 이사 날짜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일단 대기자 명단에 올릴 테니 기다려 보세요."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세 매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단 기다려 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주 운이 좋아 이사 날짜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전세 물건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의정부·양주·동두천 등 수도권 동북부 지역의 전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 북부 지역에서 전세를 살던 사람들이 전셋값이 2년 전보다 급등하는 바람에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이들 지역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집값이 거의 변하지 않던 이들 지역에서도 전세 매물이 거의 동나 매매가는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은 전세 물건 동나

전철 1호선 회룡역 일대에 밀집해 있는 의정부 아파트의 경우 전세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다.

24평형 전셋값은 7500만~8500만원,33평형은 9500만~1억4000만원 선이다.

작년 말보다 1000만~2000만원씩 일제히 뛰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호원동 부동산테크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하는 아파트를 찾으려면 상당기간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미군부대가 이전 준비를 하고 있는 동두천도 생연·송내지구(총 1만5000여가구)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세다.

24평형은 3500만~4000만원,33평형은 5500만원 안팎으로 작년 말보다 1000만원가량 올랐다.

동두천시 지행동 지행역공인 관계자는 "전세 대기 수요가 워낙 많아 오전에 전세 물건이 나왔다 하면 곧바로 그날 오후에 계약이 이뤄진다"면서 "전세를 구한 사람은 '운이 좋다'는 말을 들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 북부지역 세입자 무더기 이주

의정부·양주·동두천 등의 전셋값이 뛰는 것은 싼 아파트를 찾아 서울 북부 지역의 세입자들이 대거 이주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동두천 지행동 롯데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전셋값이 2년 전보다 수천만원씩 뛰는 바람에 재계약에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들이 가격이 싼 북쪽으로 대거 이동하는 추세"라면서 "작년 말 경원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서울역까지 1시간10분이면 닿을 수 있게 된 점도 이곳 전세 수요가 늘어난 요인"이라고 전했다.

한신공인 관계자는 "현재 동두천 전셋값은 서울 북부 지역의 3분의 1 수준으로 싸 전세 세입자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출·퇴근 시간마다 전철역이 서울 통근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고 말했다.

양주 고읍동의 TS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무주택자를 위한 청약가점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무주택 서민들이 아파트를 매입하지 않고 대부분 전·월세를 살면서 버티려고 한다"면서 "그렇지만 전세 물건이 워낙 부족해 거래는 신통치 않다"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