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의 인정과 보상 원칙을 포함하는 중국 물권법(物權法)이 통과됐다.
지난달 16일 중국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5차 회의에서다.
이 법은 오는 10월1일부터 발효된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중국의 소유제도 변화에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서방언론은 물권법 제정에 대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
중국 자본주의화의 보폭이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유재산 보호 조항의 파급효과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물권법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국은 2004년 개정된 헌법에 이미 사유재산을 인정하고,토지 수용에 대해 보상하며,사영(私營)기업 등 비공유제 경제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따라서 물권법은 헌법개정에 따른 당연한 후속 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은 그동안 명분상의 의미만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형식적인 보상만으로 토지를 수용함으로써 도시 주민과 농민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2006년 한 해에 약 8만건의 소요사태가 중국 전역에서 발생했다는 게 이를 말해준다.
중국은 물권법 제정으로 이 같은 불안요인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가 충족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이유는 이렇다.
중국은 토지의 소유권과 사용권이 분리되어 있다.
중국헌법은 토지의 사유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물권법은 비토지 사유재산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법인이나 자연인은 정해진 기한 내에 소정의 사용료를 지불한다는 조건으로 토지 사용권만을 가질 뿐이다.
토지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에 대해 시장가격 기준의 보상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지뿐만 아니라 국유기업 등의 재산권을 둘러싼 사회 불안 요인과 비효율성이 물권법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과 관련해 물권법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같이 가지고 있다.
안정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개인 또는 법인의 소득,주택,생활용품,생산설비,원자재,저축,투자 자산 및 이윤 등의 동산(動産)과 부동산에 대한 법적 보호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합리한 지방정부의 간여나 영향력 행사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재산권 보호 강화는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물권법은 내국인과 자국 법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제정된 것이다.
이는 중국경제의 시장화(市場化) 과정에서 희생됐던 농민과 사영기업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자는 차원인 것이다.
최근 외자기업 법인세를 내국인 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통일시킨 것과 외자기업의 노조 강화 정책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의 산업정책은 다분히 민족주의적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물권법의 재정은 분명히 긍정적 변화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반(反) 외자 정서로 인해 비대칭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
물권법으로 인해 기존 점유자의 권익 보호가 강화돼 중국 진출 기업의 업무 용지 확보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도 있다.
또 각종 명목의 보상비가 상승할 수 있다.
지방정부의 협조를 얻을 경우,비교적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사업 확장 계획도 각종 보상 및 관련 심사 과정으로 인해 지연될 수 있다.
중국의 물권법은 우리기업의 청산(淸算)이나 철수 등의 소극적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나,사업 확장과 새로운 시장 진입 등의 적극적 기업 활동을 위해서는 오히려 불확실성과 각종 비용을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의 물권법 제정이 중국 사회의 안정적 발전과 우리 기업의 투자활동에 얼마나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지는 중국 정부의 정책 운용 방향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