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끼를 먹더라도 동료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김홍열 노조위원장)

"더 이상 구조조정은 없다. 무조건 같이 살아남는다."(배영호 사장)

강경 노선을 걷다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해 주목받았던 ㈜코오롱 노조가 임금 동결을 자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당초 20%의 임금 인상안을 준비했던 코오롱 노조가 조합원 93.7%의 찬성률을 바탕으로,회사 측에 임금 동결을 먼저 제안한 것.악화한 경영환경을 노사가 함께 이겨내자는 취지에서다.

29일 코오롱그룹에 따르면 배영호 코오롱 사장과 김홍열 노조위원장은 지난 28일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노사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적자가 누적되는 등 악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동료를 거리로 내몰면서까지 남은 사람들이 하루 세 끼씩 밥을 챙겨 먹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 임금 동결을 제안했다"며 "하루 두 끼를 먹더라도 임금 동결을 통해 동료들이 함께 일터에 남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코오롱만이 아니다.

최근 국내 산업계에 노사의 임금 동결 합의가 잇따르고 있다.

코오롱에 앞서 GS칼텍스,S&T모터스(옛 효성기계),한일합섬 등이 임금 동결에 동참했다.

대표적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임금 인상률을 지난해보다 훨씬 낮게 책정해 사실상 임금을 동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노조도 무리한 요구보다는 임금 동결 등을 통해 최소한 일자리를 지키며 상생하겠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