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사막에 건설된 도시를 가로지르는 중심 도로인 올레야스트리트를 따라가니 '킹덤센터'라는 초현대식 건물이 나온다.

100층 건물로 최근 고도가 제한된 리야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다.

장갑차가 지키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다른 세상이다.

3층까지는 버버리 프라다 루이비통 등 온통 명품 브랜드 쇼핑몰이다.

기도 시간인 '살라'가 막 끝난 오후 4시인데도 하얀색 옷인 '토브'를 입은 남성들과 눈만 내놓은 채 검은색 '아바야'로 얼굴까지 가린 여성들로 북적거린다.

4층부터는 포시즌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굴지의 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킹덤센터는 2km가량 떨어져 마주하고 있는 '파이제리아타워'(일명 킹덤타워)와 함께 리야드의 상징물이다.

이 건물이 지어진 것은 2004년.2002년에 지어진 비슷한 높이의 파이제리아타워와 더불어 제2의 오일붐을 바탕으로 경제 도약을 이루려는 사우디 의지의 표현이다.

사우디는 1970년 오일붐 때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오일달러를 흥청망청 소비하는 데 쓰고 보니 남는 게 없었다.

오일붐이 끝나자 경기는 침체됐고 실업률은 높아졌다.

제2의 오일붐을 맞은 지금은 다르다.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오일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를 위해 5개 경제도시 개발 프로젝트와 원유가스 개발 및 석유화학 산업 프로젝트를 이미 수립했다.

앞으로 15년 동안 7000억달러(약 658조원)를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홍해에 닿아 있는 서쪽으론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잇는 물류 중심지로,걸프해와 닿아 있는 동으로는 최근 뜨고 있는 걸프협력회의(GCC)의 맹주로 자리잡는다는 의지를 품고 있다.

리야드 중심 도로인 올레야스트리트를 따라가다 보면 타알리아스트리트가 나온다.

밤이면 온갖 조명이 번쩍이는 젊은이의 거리다.

이 거리의 또 다른 이름은 스마트스트리트다.

이 거리에선 어디에서나 무선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서다.

사우디는 무선인터넷 거리를 점차 확대해 리야드 아무 곳에서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플랜트 건설 못지않게 정보기술(IT) 산업도 사우디가 중점을 두는 분야라는 얘기다.

최근 SK가 사우디의 U-시티(Ubiquitous City) 건설에 참여키로 사우디 국영투자청과 협약을 맺은 것이나 우리나라가 사우디와 IT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우디가 그렇다고 오일달러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 자본 위주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른바 '동방정책'이다.

각종 수주를 발주할 때 동아시아의 규격을 사용토록 할 수 있게 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런 만큼 국내 기업이 사우디에서 얻을 부분은 많다.

이미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디에서 36억달러를 수주해 세계에서 1위를 기록했다.

리야드=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