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은 좀 따라 하겠는데 웨이브가 안 되네."

"어휴~.10년만 젊었으면 다 할 것 같은데…."

27일 저녁 서울 중구 소공동 프라자호텔 22층 덕수홀.30여명의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청바지 차림으로 비보이들로부터 춤을 배우고 있다.

이들은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사장 하성호)이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문화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

5주째를 맞은 이날의 주제는 비보이 공연.비보이와 래퍼,DJ 등 23명으로 구성된 비보이 퍼포먼스 'B Show' 팀이 공연을 하고 이들의 화려한 춤사위를 CEO들이 배워보는 프로그램이다.

오랜만에 꺼내 입은 청바지가 몸에 잘 맞지 않는다며 쭈뼜거리던 시간은 잠시 뿐.홀의 조명이 꺼지고 무대 중앙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며 비보이팀의 공연이 시작되자 CEO들은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이내 공연에 빠져들었다.

서른 바퀴도 넘게 돌아가는 헤드스핀이 나오자 "우와~" 하는 탄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 CEO도 여러 명 눈에 띄었다.

그러나 비보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실습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어이쿠' 하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구령에 맞춰 파도치듯 팔을 움직이는 '웨이브'를 따라해 보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이동훈 제일화재 회장은 "좀 해 보려고 해도 저 친구들(비보이)처럼은 도저히 안 되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40~60대의 CEO들이 젊은이들의 문화코드인 비보이 공연을 관람하고 직접 배워보기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CEO는 최첨단의 유행 코드를 놓치지 않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천식 현대정밀 회장은 "젊은 사원들과의 의사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며 "여기서 배운 최신 문화 트렌드를 젊은 직원들에게 소개해 주면 좋아한다"며 웃었다.

강미은 한국문화커뮤니케이션연구원 원장(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이제는 단순히 상품이 아닌 '감성'과 문화를 팔아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CEO들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양귀애 대한전선 고문,권형기 한라산업개발 회장 등 40여명의 기업 CEO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문화커뮤니케이션연구원은 앞으로 누드사진 촬영,명사 초청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유승호/이상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