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신임 회장이 지난 21일부터 사무국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차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조 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한 임원들은 "조 회장은 철저하며 냉엄한 포커페이스 같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미소 띤 얼굴로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재킷을 벗고 편하게 하자"고 시작하지만 막상 현안보고에 들어가면 문안의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으로 특정 현안에 대한 재계 내부와 정부의 입장 차이,전경련 사무국의 논리 전개와 향후 전파구도,외국의 사례까지 송곳처럼 파고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소 "알아서 잘 해주세요"라고 하던 강신호 전임 회장의 스타일에 익숙해 있던 일부 임원들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해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은 이번에 업무를 파악하는 자리에서 특정 임원을 질책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전경련이 앞장서서 해결하기 어렵고 범위도 지나치게 포괄적인 업무들을 지목해 '선택과 집중'을 주문했다고 한 임원은 전했다.

출자총액규제 상법개정안 등의 현안에 대해선 "기업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다룰 때는 항상 긴장된 태도를 유지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입장도 주문했다.

조 회장은 업무파악을 마치는 대로 전경련 정기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 임원진이 구성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교체인사 요인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업무를 통합하고 재조정하는 구조개편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