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해외 러브콜 좋긴 한데"…종주국 기술유출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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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게임이 홍콩계 기업으로부터 5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게임업체가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는 2004년 액토즈소프트(중국 샨다)와 2005년 그라비티(일본 소프트뱅크),2006년 이온소프트·엔플레버(일본 가라),2007년 네오위즈(미국 EA)에 이어 여섯 번째다.
국내 게임업체에 대한 외국 투자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서 매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선 기술과 노하우가 유출된다는 지적도 받는다.
엠게임은 미국 나스닥과 홍콩 증시 상장사인 CDC코퍼레이션그룹으로부터 500만달러 지분 투자를 받고 게임 수출 계약금으로 1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CDC코퍼레이션은 차이나닷컴,17게임,CDC게임즈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홍콩계 게임 기업.엠게임은 CDC게임즈와 맺은 '열혈강호 온라인' 서비스 계약 연장과 신작 게임 '풍림화산' 서비스 계약금으로 500만달러씩 받기로 했다.
엠게임 측은 CDC코퍼레이션이 500만달러를 투자해도 최대주주가 바뀌고 경영권이 넘어가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CDC코퍼레이션은 지난 5년간 엠게임의 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했다.
권이형 엠게임 대표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서 안정적인 추가 수입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외국 기업이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에 앞다퉈 투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각종 게임이 '온라인'을 지향하고 온라인게임에 관한한 한국이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면 온라인게임 서비스의 핵심인 서버 운영 노하우 등을 단숨에 손에 넣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게임업체에 대한 외국 투자는 경영권 인수가 대부분이었다.
중국 샨다는 액토즈소프트를,일본 소프트뱅크는 그라비티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가라가 소규모 게임업체인 이온소프트 엔플레버를 차례로 인수했다.
올 들어 발표된 외국 투자 2건(네오위즈,엠게임)은 경영권까지 넘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공동개발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노하우가 외국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외국 투자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 세가는 CJ인터넷과 제휴를 맺고 '슈퍼몽키볼 레이싱 온라인'을 공동 개발키로 했고,미국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한빛소프트와,일본 닌텐도는 넥슨과 손을 잡았다.
또 독일계 텐태클은 2400만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게임 개발사에 투자하기로 했다.
게임업계는 쏟아지는 '러브콜'에 은근히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해 터진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국내에선 찬밥 대접을 받지만 세계적으로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자금력을 보강해 야심작을 개발할 수도 있고 외국 제휴사의 유통망을 활용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수도 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애써 축적한 온라인게임 노하우를 외국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액토즈소프트와 그라비티가 각기 중국과 일본기업에 넘어간 뒤 맥을 못추는 것도 이런 우려를 증폭시킨다.
일각에서는 '바다이야기 파문'이 터진 후 게임업계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러브콜이 들어오면 팔아넘기고 손을 털려는 경향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