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湜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취약하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금융경쟁력은 세계 주요 46개 도시 중에서 43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되었지만 그동안 부실 금융회사를 정리하고 은행을 대형화시킨 것 외에는 우리 금융경쟁력은 아직도 향상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 금융산업 경쟁력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 금융회사의 규모가 영세한 데도 그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금융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금융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금융회사는 수익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술을 향상시키는 투자에는 인색했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 은행들은 대형화로 몇 개의 대형 은행들이 국내 은행서비스 시장을 과점(寡占)하면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은행들은 과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높이고 예대(預貸)마진을 크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렇게 늘어난 수익을 금융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금융기술이나 경영능력 면에서 크게 월등하지도 않은 임원들에게 과도한 연봉과 스톡옵션을 지불하는 데 사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낮은 금융기술 때문에 영업패턴 역시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진국 은행들과 같이 투자와 자산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내기보다는 수수료 수입이나 손쉬운 부동산 담보대출을 통해 영업을 해 왔다. 증권회사 역시 자산운용과 채권발행,그리고 기업의 인수합병과 같은 투자은행의 업무보다는 주식매매 중개에 주력해 왔으며 영업이익 역시 주식매매 중개수수료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취약한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좀 더 적극적인 대응책이 강구돼야 한다. 먼저 금융회사들은 금융기술 개발과 금융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금융회사의 부가가치 대부분이 금융기술에 의해 창출된다는 점을 보면 금융에 있어서 기술은 제조업에서보다 더 중요하다.

금융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력에 대해서도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금융 인력을 예금과 출납을 위주로 하는 단순 업무직과 투자와 운용,그리고 기업의 인수합병 등을 위주로 하는 전문 인력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문 인력에게는 금융기술을 적극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교육을 시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은행의 소유구조를 정비하고 증권회사를 대형화시켜야 한다. 은행의 경우 비록 대형화는 되었으나 아직도 소유구조가 확립되지 않고 있다. 내국인에게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치 못하게 강제하면서 외국인에게는 이를 허용하는 등 역차별을 실시하고 있다. 현 제도로 산업자본의 도덕적 해이와 경제력 집중을 막았을지는 모르지만 그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소유구조가 확립되지 못함에 따라 과도기적으로 늘어난 정부소유 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되고 있고 외국계 은행의 소유비중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어떠한 형태로든 결단을 해야 한다. 소유구조에 대한 제도가 확립돼야 우리 금융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권회사의 경우도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 통합법을 빨리 시행해 그 규모를 대형화하고 영업범위가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금융전문 인력을 보완해 증권회사의 주된 영업을 자금운용과 기업의 인수합병 등으로 확대해야 하며 규모의 대형화를 통해 외국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외에도 국제화 또한 빨리 진전돼야 한다. 시장규모가 작은 우리 금융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외국시장 개척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투자를 늘려서 국제투자 경험과 위험관리 기술을 축적해 수익을 높이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금융기술을 위한 투자가 늘어나고 금융제도가 개선될 때 우리금융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