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 등을 금지하는 정책을 지칭하는 이른바 '3불(不)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들 간 갈등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선정국이란 특수 상황이 맞물려 있어 '3불정책'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을 결정하는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폐지,김근태·정동영 유지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이 3불정책 고수 입장을 밝힌 반면 한나라당은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대선주자 입장은 폐지,본고사·기여입학제만 도입,유지 등으로 크게 엇갈렸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본고사 실시 여부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며 기여입학제는 철저한 보완책을 마련한 후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고교등급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경쟁적 요소를 도입해 고교 교육의 다양화를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최대한 학교 측의 자율에 맡기고 경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한 후 "본고사 부활문제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게 순리이며 기여입학제는 전액을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쓴다는 조건 하에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우리사회가 교육기회의 양극화,직업의 양극화,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실정을 감안하면 3불정책의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근태 전 의장 측도 3불정책에 대한 지지의견을 분명히 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기여입학제 금지는 현행대로 유지하되,고교등급제는 부분적으로 보완하고 대입 본고사는 장기적 과제로 도입할 수 있다"며 중립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새로운 여권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3불까지는 아니더라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허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학부모,"3불 정책이 사교육비 못 줄인 것은 분명"

3불정책과 관련된 논란은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뜨겁다.

고교등급제와 관련해서는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지만 본고사와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시기가 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고등학생 딸을 둔 서옥진씨(41·서울 강남구)는 "지금도 수학 과외에만 한 달에 80만원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본고사 제도를 부활시켜 자녀에게 맞는 학교의 입시에 집중하도록 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서순애씨(54·부산 용호동)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3불정책을 없애야 한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1,2학년 아들을 둔 박모씨(41)는 "지금도 특목고 출신들이 좋은 학교에 많이 진학하고 있는데 학교 수준이 차이가 많이 나게 되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강남의 좋은 학교로만 빠져나갈 것 아니겠느냐"며 고교등급제 반대의견을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3불정책과 관련된 논쟁에 가담하고 있다.

민주노총,전교조,교수노조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은 "3불정책이 사라지면 한줄 세우기 식의 교육 풍토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3불정책 폐기 주장에 반대 했다.

반면 서울자유교원조합은 "3불정책으로 대변되는 평준화 정책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조기유학과 해외 교육이민을 부추긴다"며 "3불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3불정책의 향방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외국어고의 경우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송형석/노경목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