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극비리에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2일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인근에 로켓 폭탄이 터짐에 따라 반 총장에 대한 경호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 총장에 대한 경호는 유엔 경호국에서 구성한 전담 경호팀이 맡고 있다. 경호팀은 1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24시간 그림자처럼 경호한다. 부인 유순택 여사에 대한 경호도 이들이 책임지고 있다. 이 중 2~3명의 밀착 경호원이 반 총장을 근접 경호한다. 반 총장은 방탄차 두 대를 번갈아 이용해 이동한다. 관저 수리가 끝날 때까지 임시로 머물고 있는 맨해튼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스위트룸에도 경호원이 상주해 있다. 공식 일정을 제외한 일정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말 그대로 국가원수급 경호가 이뤄진다.

해외 순방 때는 약간 달라진다. 밀착 경호원들이 반 총장을 수행하며 신변 안전을 책임지는 건 같다. 그러나 10여명의 경호팀이 모두 동행하는 건 아니다. 뉴욕에서 동행한 경호원 외에 현지 유엔 경호원이 가세한다. 전체적인 주변 경호는 방문국에서 책임진다. 유엔 경호팀은 사전에 방문국 경호팀과 조율해 경호 방안을 협의한다. 다른 국가원수의 방문과 마찬가지다.

반 총장의 이라크 방문 때도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경호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라크가 사실상 내전 상태인 만큼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폭탄까지 제어하기는 힘들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반 총장은 이라크 방문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기자단과 함께 이집트에 도착한 유엔 대표단조차 반 총장이 이라크를 방문했는지 몰랐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의 방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폭탄 공격이 이뤄져 극비 방문 사실이 새나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이라크 방문을 마친 반 총장은 23일(현지시간) 이집트에 도착, 당초 예정된 중동 순방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현지 유엔 사무소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반 총장이 이라크에서 '로켓 폭발 사건'을 당함에 따라 반 총장에 대한 경호는 더욱 삼엄해졌다. 근접 경호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으며 이동 일정도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카이로(이집트)=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