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 회담과 섬유 고위급 회담,서울에서 열린 농업 고위급 회담이 22일 끝났다.

자동차 농업 등 핵심 쟁점에선 이견이 여전하지만 서로 어떤 쟁점에 어느 정도의 강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마무리됐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가 "타결이 손에 닿을 만한 데 들어왔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통상장관 회담과 대통령의 결단뿐이다.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가'를 결정한 뒤 '빅딜'을 이루면 1년여를 달려온 한·미 FTA 협상은 종착역에 이르게 된다.





◆미국,쌀시장 개방 언급

22일 서울에서 열린 고위급 농업협상 폐막을 앞두고 리처드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이 "다음 주 열릴 장관급 협상에서 쌀을 의제로 제기하겠다"고 말해 다음 주 열릴 장관급 협상에서 쌀시장 개방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미국이 통상장관 회담에서 쌀 문제를 거론하려는 것은 쇠고기시장 재개방 등 다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쓰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근거로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쌀 문제를 거론하지 않다가 '빅딜'을 위한 최종 장관급 협상을 앞두고 이 문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쌀시장 개방이 목표였다면 진작부터 이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협상을 깨려고 하지 않는다면 쌀처럼 민감한 품목의 시장개방을 고집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4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이 마지막 순간에는 쌀 문제를 언급할 수 있다고 본다"며 "여러 각료들이 수십 차례나 '쌀이 나오면 타결이 안 된다'고 밝힌 대로 우리 원칙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2004년에 타결된 미·호주 FTA 협상에서 미국이 취약한 농산품인 설탕 등을 개방에서 제외한 사실도 쌀을 협상 의제에서 제외시키는 우리측 논거로 활용되고 있다.


◆최후 쟁점은 자동차와 농산물

'끝장 협상'이 성공하려면 '딜브레이커'(Deal Breaker·결렬요인)로 꼽히는 자동차와 농산물을 양대 축으로 섬유 무역구제 개성공단 지식재산권 투자 금융 등에서 어떤 형태로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은 관세 조기(즉시 혹은 3년 내) 철폐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기타'(Unidentified·개방 예외) 품목으로 분류해 놓고 먼저 세제 표준 등 비관세 장벽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산물도 쌀 쇠고기 낙농품 등 민감품목에서 견해차가 크다.

한국은 10여개 민감품목을 인정해 주면 저율할당관세(TRQ) 등으로 미국 농산물의 수출길을 열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예외 없는 관세철폐'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와 농산물은 연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자동차 관세 철폐만큼이나 미국이 원하는 것은 농산물 개방이기 때문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한국은 농업을 양보하고 미국은 자동차를 양보해야 윈-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껄끄러운 쟁점은 빌트인 방식으로

한편 △무역구제 △개성공단 △전문직 비자 쿼터 등 껄끄러운 일부 쟁점은 '빌트인'(built-in) 방식으로 타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협정문에 어떤 쟁점은 적절한 시점에 다시 협상한다는 조항을 넣는 식으로 해결되지 않을 부분은 일단 덮어두고 가는 것이다.

무역구제의 경우 법률 개정이 필요없는 무역구제협력위원회 설치에 합의한 뒤 나머지 한국의 요구 사항은 '추후 논의' 대상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문제도 일단 역외가공 특례 인정의 근거만 만든 뒤 개성공단 포함 여부를 추후 논의할 공산이 크다.

한·칠레 FTA 때도 370개 농산물을 도하라운드(DDA) 타결 이후로 협상 시점을 미뤘다.

워싱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