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로 유력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세금 장관'이라는 악명을 깨고 소득세와 법인세 삭감이라는 마지막 선물보따리를 내놓았다.

영국 현대 역사상 최장수 재무장관인 브라운 장관은 21일 임기 중 마지막 예산안을 발표하며 "내년 4월부터 소득세 기본율을 22%에서 20%로 깎고,법인세 기본율은 30%에서 28%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브라운 장관은 또 휘발유를 많이 소비하는 자동차에는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가정용 에너지 절감 제품에 대해서는 감세 혜택을 주겠다며 온난화 방지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브라운 장관은 특히 야당인 보수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 서비스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그가 이번에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간의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립학교 교육 지원비로 수십억파운드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브라운 장관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영국의 가정과 공평성,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학교와 가정,저소득자,기업 등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되 앞으로 3년 동안 지출의 고삐를 단단히 죌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장관은 1997년 5월 취임 이후 영국 중앙은행을 독립시키는 등 개혁을 단행해 영국 경제를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영국은 올해도 선진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3.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운 장관 역시 "앞으로 2년간 영국 경제가 2.5~3% 성장하고,인플레이션율은 올해 정부의 목표치인 2%로 떨어진 후 2008~2009년에도 이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재무장관을 맡으면서 민생 부문 세금을 많이 올려 국민들의 불만도 높은 편이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는 "브라운은 세금 하나를 깎아주고 99개의 세금을 올리는 재무장관"이라며 "브라운이 너무나 깊은 곤경에 빠진 나머지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노동당 당수 선거를 앞두고 세금 인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