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10년간 지속된 외환시장 규제 조치를 다음 달 폐지한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M)은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취했던 외환시장 규제 조치를 오는 4월 1일부터 폐지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자국 내 기업은 다음 달부터 외환 형태로 차입이 가능해지며 자국 내 거주민은 상한선 없이 외환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또 투자신탁,보험회사 등은 순자산의 50%까지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현 투자 상한선은 30%이며,인근 국가인 싱가포르는 상한선이 없다.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BNM 총재는 "외환보유액이 873억달러에 달해 이번 외환 자유화 조치로 야기될지 모를 어떠한 유동성 위기에도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자국의 금융 시스템 안에서 보다 많은 외환 자산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외환 자유화 조치에 대해 국내외 투자자들과 금융계는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싱가포르 씨티그룹의 경제학자인 추아 학 빈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외환 유입과 유출 양방향의 중립적 위치에서 자유화 조치를 취해 전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조지프 틴은 "이번 조치는 외환 흐름이 특정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며 "외환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환 자유화 조치와 함께 '자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바란다'는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의 발언이 나온 후 링기트화는 최근 9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압둘라 총리는 21일 미국 CNBC에 출연 "우리는 링기트화의 강세를 원한다"며 "링기트화의 강세는 경제에 대한 확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 발언 후 링기트화 가치는 21일 달러당 3.499에서 3.486으로 상승(환율은 하락),9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2일에는 달러당 3.460링기트까지 상승했다.

압둘라 총리는 다음 달 1일부터 부동산 취득세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