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장 가운데 자금력이 탄탄하기로 소문난 레이크힐스골프그룹이 기존 입회금을 반환하고 3000만원짜리 정회원을 새로 모집한다고 알려지자 골프장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골프장업계에서도 2∼3년 전부터 공급과잉에 대한 경고가 나오면서 일본골프장처럼 '예탁금 반환 요구에 따른 줄도산' 사태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레이크힐스제주CC(사진)의 사례는 입회금 반환 요청과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왜 입회금을 반환하나=레이크힐스제주CC는 5개(용인·안성·함안·순천·제주-총 126홀) 골프장과 골프텔·호텔 등을 보유하고 있는 레이크힐스골프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은 개장 후 5년 동안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비회원이나 '여행사 영업'을 하지 않고 회원만 받아왔다.

이에 따라 적자가 누적된 데다 개장 5년째가 되면서 일부 회원들이 입회금 반환을 요청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레이크힐스제주CC는 3000만원짜리 회원권을 분양한 대금으로 기존 정회원의 입회금(1차분 약 150억원)을 전액 반환해줄 방침이다.

골프장 측은 새로 모집한 회원들에 대해서는 일정액(주중 3만원,주말 5만원)의 그린피를 받기로 했다.


△제주 골프장 현황은=제주에는 17개 골프장(회원제)이 영업 중이고,9개 골프장이 건설 중이며 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않은 곳은 3개다.

계획대로 개장할 경우 회원제(29개)와 대중(16개)골프장을 합쳐 총 45개나 된다.

제주지역 골프장 그린피는 육지보다 3만5000원 정도 싸지만 여전히 동남아 골프장에 비해 비싼 데다 날씨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항공편마저 한정돼 있어 골퍼들이 자유로이 왕래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이 같은 불리한 여건 탓에 제주지역 골프장은 평일에는 빈자리가 많고,주말에만 겨우 차는 실정이다.

나인브릿지·핀크스·엘리시안·스카이힐 등 튼튼한 모기업이 있는 곳에서는 적자를 보전받지만,골프장만 운영하는 곳은 대부분 심한 경영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정은 올해 5∼6개 골프장이 추가 개장하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은=레이크힐스제주CC의 입회금 반환은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방 골프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골프장들은 대부분 5년이 지난 후 회원이 요구할 경우 입회금을 돌려주도록 약관에 정해놓고 있다.

시세가 분양가보다 높은 골프장은 반환 걱정을 안 해도 되지만,제주도 내 골프장의 경우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거나 명의개서조차 안 되는 곳이 많다.

따라서 제주지역 다른 골프장들도 입회금 반환요청을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게 되면 골프장은 일시에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하고,그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부도사태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레이크힐스제주CC처럼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식 레이크힐스제주CC 대표는 "입회금 반환과 저가회원권 분양은 기존 회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적자 영업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국내 골프장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회원권을 사려는 골퍼나 분양하는 골프장이나 5년 후 상황을 검토한 뒤 면밀히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