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천연가스,석유 등 엄청난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활용하여 또다시 세계 패권(覇權) 장악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한경 3월17일자 A9면) 러시아는 카스피해 유전에서 흑해연안의 불가리아 부르가스항구,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알렉산드로폴리스 항구를 잇는 대형 송유관 건설과 이란 파키스탄 인도를 연결하는 가스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가 하면,카타르 등과 '천연가스 수출국기구'도 결성(結成)할 움직임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2위의 석유 생산국이라는 위상을 활용해 기존 에너지시장의 판도(版圖)를 확 바꿔 놓겠다는 야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 등에서 러시아의 이러한 전략을 '에너지 파시즘'으로 부르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생산국들이 자원을 무기로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주요국들이 안정적인 에너지확보 차원을 넘어서 에너지 자산을 패권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카스피해 지역의 에너지 확보 문제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각축을 벌이는 가 하면,중국 또한 중동을 비롯 중남미 아프리카 등과의 에너지자원 외교를 대폭 확대 강화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물론 참여정부 들어 해외투자 확대와 자원외교 등을 통해 원유 가스 유연탄 등 해외자원 개발 및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해외에서 생산 중인 원유와 가스량은 국내 소비의 4%에 불과할 정도로 그 성적표는 초라한 형편이다.

이번 러시아 사례에서도 확인됐 듯이 강대국들조차 에너지의 무기화를 위해 사실상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더 늦기 전에 정부 당국과 기업 등은 해외 유전 및 광산 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자원개발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양성 확보하는 데 국가적 역량(力量)을 총집결해야 한다. 특히 중동에 이어 제2의 원유 보고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 등의 자원개발에 본격 참여하기 위한 에너지 자원 외교의 강화도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