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은 기업들의 골칫거리다.

명품업체 카르티에가 짝퉁 감시를 위해 연간 300만달러의 예산을 쓰는 등 기업들은 불법 복제나 모방 제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영학 연구자들이 짝퉁도 기업에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콜로라도대학 리드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발킨 교수 등은 기업들이 해적판이나 짝퉁을 용인해야 할 네 가지 이유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이 제시한 첫 번째 이유는 짝퉁의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네트워크 효과란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해당 상품의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전화기의 경우 사용자가 한 명일 때에는 다른 사람과 통화할 수 없어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지만 이용자가 100만명으로 불어나면 통화할 수 있는 사람이 급증,가치가 엄청나게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짝퉁이든 불법 복제이든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과거 많은 나라에서 워드나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은 대부분 불법 복제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제품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결국 나중에 정품 소프트웨어 판매량이 급증했다.




짝퉁을 용인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암시 효과'(signalling effect)다.

짝퉁이라 하더라도 길거리에서 구치 핸드백을 자주 목격한 사람은 아내를 위한 선물로 구치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많이 듣거나 본 제품을 구매하는 암시 효과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밴드왜건은 악단(밴드)을 선도하는 차(車)를 말하는데 의사결정시 강자나 다수파를 따라가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발킨 교수는 "특정 그룹의 리더격인 사람들이 비디오게임 해적판을 사용해본 후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리면 그 그룹의 다른 사람들도 같은 제품을 살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마지막 이유는 '양떼 효과'(herding effect)다.

양떼 효과는 무리에서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 심리를 묘사한 것으로 친구들이 특정 mp3플레이어를 사용하면 자신도 무리에서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 같은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밴드왜건 효과가 소비자의 적극적인 선택에 기반한 것이라면 양떼 효과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미 발빠른 기업들은 신상품을 출시한 후 불법 복제를 의도적으로 방치해 시장 지배력을 높인 후 추후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발킨 교수는 "짝퉁으로 브랜드 가치가 손상당하는 등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피해 규모가 짝퉁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보다 작을 경우에는 법률 소송을 하기보다는 암묵적으로 짝퉁을 용인하는 것이 좋다"며 "짝퉁에 대응하기 전에 기업들은 반드시 경제적 손익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