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7% 달성'은 정치권발 구호일 뿐인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경제성장률 7%'를 으뜸 경제공약으로 내걸고 나서면서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3일 '747구상'을 통해 '7% 경제성장,10년 내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세계 7대 강국 진입'을 약속했고,박 전 대표도 지난달 '사람경제론'을 발표하면서 '7% 경제성장,5년 내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세계 10대 강국 진입'을 공약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은 찬반 양론으로 갈렸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구체성이 결여된 허구일 뿐"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정부,기업 발목 잡지 말아야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잠재성장률을 4%대에 머물게 한 것은 정부가 조장한 '반기업·반부자 정서'와 국내 소비를 줄인 '세금폭탄'이었다"며 "정부가 '잘 나가는' 사람이나 기업들의 발목을 잡지 않으면 7% 경제성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진국이 되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얘기하는데 패배주의에 불과하다"며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유럽국가들과 달리 4%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규제완화 등을 통해 투자를 촉진하고 동북아 경제허브,자유무역협정 확대,경제 체질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 7% 성장은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이 좋게 봐도 5%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7% 성장이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사회적 불신을 제거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할 경우 꼭 7%까지는 아니어도 5% 이상 추가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성장잠재력이 매우 약화돼 있기 때문에 7% 성장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높이고 평준화 위주의 교육제도를 개혁하는 등 총체적으로 사회구조를 변혁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리더십으로 해결 안돼

반면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한국 경제 여건을 고려했을 때 7% 성장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수출과 내수 간 연결 고리가 끊겼고,급속한 고령화에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소비의 중심축인 중산층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우리 생산품에 대한 수요가 대내적으로든,대외적으로든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늘리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어렵고 중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이 전 시장은) 리더십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떤 근거로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달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글을 통해 7% 경제성장론이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본·기술 수준 등 총공급능력과 소비,투자,생산활동 등 성장의 3각 방정식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앞으로 10년 정도 이상의 기간에 5%대 성장만 해도 매우 잘하는 것"이라며 "중장기 추세선은 4%대 중반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고 개별 산업별로도 크게 '대박'을 터뜨릴 데가 없다"고 밝혔다.

김인식/송종현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