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005년에 이어 2년 만에 벤처투자를 재개,올해 모두 1400억원을 벤처투자조합에 신규 출자한다.

정부 모태펀드도 지난해보다 800억원 늘어난 6000억원의 투자조합을 조성할 계획이어서 올해 벤처캐피털 투자조합 신규 결성 규모가 벤처 버블기였던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이달 말 5개 벤처캐피털(창투사나 신기술금융사)을 선정,각각 200억원을 출자하고 한국투자파트너스(옛 동원창투)에 400억원의 자금운용을 맡기는 등 올해 총 1400억원의 자금을 벤처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국민연금은 2002년 900억원을 벤처캐피털에 첫 출자한 데 이어 2003년과 2005년에 각각 1700억원과 15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출자한 자금이 덜 소진됐다는 판단 아래 신규 출자를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대체투자실 관계자는 "신규 조합이 결성 자금의 50% 이상을 투자하는 데 2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해 2년에 한 번씩 신규 투자를 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며 "이에 따라 2005년과 비슷한 규모로 올해 출자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이달 초 공모를 통해 제안서를 접수한 벤처캐피털 가운데 그동안 출자한 조합의 운용 실적이 부진하거나 투자소진율이 60% 미만인 조합을 운용하는 곳을 제외한 5개사를 이달 말 선정해 오는 6월께 각각 2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또 2002년 출자한 조합 가운데 탁월한 실적을 낸 한국투자파트너스에는 공모 절차 없이 4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출자 비율이 50~80%인 점을 감안하면 오는 6월께 최소 2000억원 이상의 투자조합이 결성돼 올 하반기부터 벤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청도 이날 올해 모태펀드에서 2000억원을 출자해 모두 60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출자금액과 조합 결성 규모가 각각 700억원,8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모태펀드 출자 증가와 국민연금의 투자 재개 등에 힘입어 올해 벤처투자 대기자금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벤처투자조합 결성 규모는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에 1조434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03년 4929억원까지 떨어졌다 모태펀드 설립 등으로 지난해 9531억원으로 증가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정부의 지속적인 벤처투자 확대 정책 등으로 올해 벤처투자조합 결성 규모가 2000년 이후 7년 만에 1조원을 웃돌 전망"이라며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벤처기업들의 투자자금 유치가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털협회 이사는 "올 들어 코스닥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벤처캐피털들이 바이오 및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창투사들의 신규 투자 규모가 지난해 7300억원 수준에서 올해 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