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301일간 교도소에 수감됐다 무죄로 풀려난 김모씨.억울한 옥살이의 대가로 그가 받은 보상금은 1505만원.변호사비 등 재판 과정에서 쓴 돈 3000여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당시 김씨는 "최소한 변호사 비용이라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사연을 법무부에 보냈다.

형사보상법은 피의자나 피고인으로 구금된 뒤 무죄 판결이나 무혐의 결정을 받은 자에 대한 보상(형사보상)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금은 턱없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형사보상금은 '구금일수×하루치 법정최저임금×최대 5배' 한도에서 결정된다.

최대 5배 범위 안에서 법원이 정신적·신체적 피해 정도를 따져 결정한다.

하루치 법정최저임금은 노동부 장관이 매년 9월 고시하는데 현재 2만7840원이다.

따라서 법원이 피해가 크다고 판단,최대 5배로 보상키로 하더라도 형사보상금은 하루에 13만9200원을 넘지 못한다.

보상금이 한 번 결정되면 피해자는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

반면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 비용은 1심 재판만 해도 보통 1000만원이 넘는다.

'유죄냐 무죄냐'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변호사 비용은 더 높아진다.

여기다 2심과 대법원까지 재판이 진행되면 서민들은 변호사 비용 대다가 허리가 휠 정도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형사법)는 "변호사비도 못 댈 때가 많을 뿐 아니라 자유를 박탈당하고 그 기간에 벌 수 있었던 돈까지 생각하면 보상금이 적다"고 말했다.

그나마 제때 보상금을 타지 못할 수도 있다.

형사보상금 예산이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미리 바닥나버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다른 사업비 예산이 전용되거나 예비비가 확보될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2006년 법무연감에 따르면 1998년 이후 매년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05년의 경우 관련 예산은 19억6900만원인 데 비해 지급액은 23억9000만원이었다.

금전 보상이 충분치 않은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재산상 손해나 명예훼손 같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89년 '우지라면 사건'이나 1998년의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이 단적인 예다.

당시 검찰 수사로 업체 대표들이 무더기 구속됐고 해당 기업들은 부도가 나거나 큰 타격을 입었다.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재산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민사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받는 보상과 비교하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사소송에선 피해자가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지는 않다.

법대로 받은 형사보상금과는 별도로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국가배상 소송)을 내면 된다.

하지만 실제 배상받기는 쉽지 않다.

허금탁 변호사는 "검찰이 고의나 중과실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입증돼야만 배상이 이뤄지는 데다 설령 배상을 받더라도 많은 금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변호사 비용만 추가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유럽 국가는 형사보상법에 재산상 손해 보상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독일이 대표적으로 압수수색,운전면허 정지,영업정지 등도 보상받을 수 있다.

한국의 보상 제도가 선진국보다 꼭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가령 미국은 우리보다 형사보상 범위가 좁을 뿐 아니라 보상 한도도 적다.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텍사스주의 보상 한도는 1년에 2만5000달러(하루 기준 약 6만5000원)다.

우리와 형사보상법 체계가 비슷한 일본의 피의자 보상 한도는 하루 1만2000엔(약 9만8000원)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피해 보상 현실화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용우 국회사무처 법제관은 '형사보상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형사보상금 산정 시 피해자의 구속일수뿐 아니라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손실 및 장래 예상 손실 감안 △법원의 보상금 결정에 이의 제기 인정 △불구속 기소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 보상 △영업정지 등 재산상 손해 보상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획취재부=김수언/주용석/류시훈 기자 indep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