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눈앞', 부쩍 잦아진 이건희 회장 대외행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증여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소 여부 결정을 앞둔 검찰이 복병을 만났다.

재계에서 흘러나오는 `경제위기론'이 그 복병이다.

공교롭게도 경제위기론의 맨 앞에는 이 회장이 서 있다.

검찰이 `이건희발(發) 경제위기론'에 대한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15일 이 사건 변론을 재개한다.

선고를 한 차례 연기했고 검찰 인사로 변론재개 시점이 또 한 번 미뤄졌다.

선고 기일까지 잡혔다가 변론이 다시 시작된 사건이고 변호인과 검찰이 추가로 내야할 자료가 많지 않아 선고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검찰은 최소한 이 회장의 공모연루 혐의를 확실시하고 있다.

공판에서도 이 점을 누누이 시사했다.

이학수 부회장을 3차례 조사하고 이재용 전무와 이회장 부인 홍라희씨를 서면조사한 검찰은 이미 이 회장에 대한 조사 항목을 추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남은 것은 이 회장을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 기소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 뿐이다.

그런데 마지막 수순만 남겨놓은 검찰이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제3의 요인'과 맞닥뜨린 셈이다.

이 회장은 1월16일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 대한 선고가 연기된 직후인 같은달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낸 이래 이례적으로 활발한 대외 행보를 두달 째 계속하고 있다.

그는 1월 전경련 회의에서 한국 경제나 기업은 일본이 앞서가고 중국이 바짝 뒤따라 오는 상황에 처한 '샌드위치 신세'라고 지적해 주목을 받았고 2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 회장은 9일 열린 투명사회실천협약 행사에서 삼성전자 주력 업종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각하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문제"라며 "정신을 차려야 한다.

4~6년 뒤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마저 13일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 회장의 경제위기론에 대해 "그 분의 지적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그 만큼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걱정해야 되는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맞장구 칠만큼 이 회장이 던진 화두의 공감대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검찰 내부의 목소리는 엇갈린다.

법에 따른 엄정한 처리를 이야기하는 쪽이 있는가하면 `경제위기론' 또한 분명한 참작 대상이라는 쪽도 있다.

국가를 운용하는 것은 국민의 편안한 삶을 도모하는 것인데, 거기에 과연 법만이 전부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시민단체는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14일 "정부가 재계의 일방적인 주장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법원과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

건전한 시장경제 질서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법원과 검찰이 불특정다수에 피해를 주는 기업 범죄를 엄히 다스리는 등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