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이브리드 차 개발 및 보급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미래 환경차 분야에서 뒤질 경우 자칫 경제 기여도가 높은 자동차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선발주자인 일본 도요타에 이어 혼다와 미국 자동차 빅3도 사활을 걸고 하이브리드 차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내 차 메이커들의 관련 투자는 충분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점을 감안,구입시 보조금 지원은 물론 하이브리드 차는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기술 격차 벌어진 미래 환경차

현대차 등 국내 차메이커들은 일반 승용차 시장에서 선진국 메이커와 떳떳하게 경쟁할 정도로 기술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 등 미래 환경차 분야에서는 독자기술 개발은 물론 기술 제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도요타 등 선진 메이커들은 환경차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에 따라 오래 전부터 선투자를 통해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특히 도요타는 1977년 세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출시하면서 상용화를 서둘러 하이브리드 차 시장을 석권하다시피했다.

도요타는 2012년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 차종으로 확대하고 판매 대수도 연간 100만대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 BMW는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공동으로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차 개발은 선택 아닌 필수

2005년 기준 전 세계 하이브리드 차 시장 규모는 40만대 정도로 전체 시장 비중은 0.64%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유가 여파 등에 따라 2010년께는 6~10%,2020년이면 6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 고강도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 차 등 친환경 차 수요는 급격히 늘어날 게 분명하다.

EU는 자동차 한 대의 주행거리 1km당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현재 162g에서 2012년부터 130g 이하로 낮추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연간 80만대가량을 EU에 수출하는 한국 차 업체는 EU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이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CO₂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 생산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원방법 놓고 고민

정부는 하이브리드 차의 실질 판매가격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현재 1500cc급 국산 하이브리드 차의 생산비용은 약 6000만원 수준.자동차 업체의 마진이 없다 하더라도 취득세 등록세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등 각종 세금이 더해져 소비자 가격은 75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 경유차의 소비자 가격은 세금을 합쳐 1500만~200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하이브리드 차와 일반 차의 가격 차이를 일정 비율의 보조금으로 메워준다는 생각이다.

보조금 수준은 일반 승용차와의 가격 차이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법과 현재 관공서 구입 때 적용하고 있는 2800만원을 지원하는 방법을 놓고 검토 중이다.

세금 감면은 미국 제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지원은 기술력이 앞선 외국 업체에만 혜택을 몰아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 대상 하이브리드 차의 대수를 업체별로 제한하는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에선 자동차 메이커별로 지원 대상을 6만대로 제한해 놓고 있다.

박준동/이건호 기자 jdpower@hankyung.com


[ 용어풀이 ]

하이브리드차=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 등 두 가지 동력원을 장착한 자동차. 고속주행 때는 가솔린엔진으로 운행되고 시동 때와 저속주행 때는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가솔린자동차에 비해 연료 효율이 높고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은 것이 특징이지만 아직까지는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