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과 불일치" 언급.."내각제 부럽다" 말한 적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8일 개헌 관련 특별회견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이 개헌안이 지고지선도 아니며, 뿐만 아니라 권력구조에 관한 저의 소신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말은 "그럼에도 굳이 이 개헌안을 제안하는 이유는 1단계 개헌을 통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불일치라는 정치적 이해 상충의 요소를 해소하지 않고는 향후 어떤 개헌 논의도 할 수 없는 정치구조위에 있기 때문에 본격적 개헌 논의의 첫 관문을 열어 놓자는 것"이라는 언급을 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이 같은 언급에 따라 권력구조에 대한 노 대통령의 소신이 무엇이냐에 즉각 관심이 쏠렸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대연정(大聯政) 제안을 계기로 권력구조문제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

여러 공개.비공개 석상에서 한 언급들을 종합하면 노 대통령의 가장 선호하는 권력구조는 '내각제'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5년 9월17일 중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특별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유형의 정치가 효율적인 국가의 모델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당시는 정치권의 반대로 대연정 구상을 접고 난 직후였다.

여야가 대결하고 갈등하는 현 정치풍토, 여소야대가 구조화돼 있는 대통령제 권력구조 모델로는 선진국가로의 도약을 꾀할 수 없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문제의식의 취지였다.

그러나 그 대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 권력구조 모델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책임 정치'라는 차원에서 내각제 구조의 장점에 대한 언급을 수차례 거듭했다.

노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6년 2월26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취임 3주년 산행에서 "대통령 임기가 5년이 긴 것 같다"고 언급했다.

대통령 5년 임기 중간에 있는 거듭된 선거로 국정운영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발언도 곁들였다.

당시 이 발언은 개헌에 대한 속내를 토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해 8월에는 노 대통령은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면서 내각제 국가의 행정수반인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에 대해 "참 부럽다"고 말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자민당 내부 반란표로 부결되자 하원격인 중의원을 해산했고, 슈뢰더 총리는 사회복지 축소 등 개혁정책이 기존 좌파 지지자들의 반발로 발목이 잡히자 의회를 해산하고 재신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와 슈뢰더 총리에 부러움을 표시하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뭐냐. 당을 걸고 승부를 할 수도 없고, 자리를 걸고 함부로 승부를 할 수 있는 것도 제도화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정책이 걸림돌에 부닥칠 경우 내각제처럼 정치생명을 던지는 승부수를 던질 수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1월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대통령제 하는 나라보다 내각제 하는 나라가 부럽다"고 구체적으로 내각제 선호 입장을 피력했다.

당시 발언은 공식 브리핑에는 없었으나, 강봉균(康奉均) 당시 정책위의장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으로 미뤄볼 때 자신의 권력구조 소신은 내각제이지만, 내각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과거 여론조사상 정치권과 국민들의 지지가 높았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쪽으로 현실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불일치' 제도의 뒷받침속에서 도입한다면 현행 5년 단임제에서 비롯되는 구조화된 여소야대 정치구조, 전국 단위의 수시선거로 인한 정치적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책임지는 국정운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다는 풀이이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