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은 지난해 12월 신용보증기금(코딧)의 보증기간 5년짜리 장기보증을 받아 은행으로부터 10억원의 운전자금을 빌렸다. 1년거치 4년 균등분할 방식으로 1년 뒤부터 매년 25%씩 보증이 해지되고 그만큼 은행에 대출금을 나눠 갚는 구조다. 이 회사의 자금담당 팀장은 "장기보증이라 안정적으로 자금운용계획을 세울 수 있어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딧이 지난해 4월 선보인 장기보증 상품(장기분할해지보증)이 중소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1년짜리 단기대출에 의존하던 코딧 이용 중소기업들이 장기로 운전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3~5년 만기 운전자금 조달지원

장기보증은 은행권의 운전자금 대출이 대부분 1년 미만인 상황에서 3~5년짜리 장기대출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개발된 상품이다. 기업 입장에선 은행에서 중장기로 자금을 빌릴 수 있고 대출금을 나눠 상환함으로써 만기 일시상환에 따른 자금부담을 덜 수 있다. 코딧은 장기 보증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기 위해 조만간 보증수수료를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딧 관계자는 "전산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장기분할해지보증에 대해선 일반보증보다 보증수수료를 0.1~0.3%포인트 낮춰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대출을 꺼리는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기간 중 기업들이 일정금액을 나눠 갚도록 약정일을 맺기 때문에 위험(리스크)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코딧은 은행들의 장기대출 취급을 유도하기 위해 만기 3년 이상 장기분할 상환대출에 대해선 보증비율을 5%포인트 높여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보증이 대출금의 85%까지만 보증한다면 장기분할해지보증과 연계된 장기대출에 대해선 90%를 보증해 주는 것이다.

코딧은 올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장기보증을 공급하고 2010년엔 이를 전체 보증공급액의 27%인 7조5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자금계획에 따라 다양한 해지방식 선택

장기보증은 상환약정방식과 해지약정방식 2가지가 있다. 중소기업들은 또한 각각의 자금운용계획에 따라 다양한 분할해지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

상환약정방식이란 코딧이 제시하는 장기분할해지보증과 상환구조가 같은 은행의 3년 또는 5년만기 분할상환대출에 대해 보증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해지약정방식은 은행에선 3년 또는 5년만기 일시상환대출을 받되 기업이 코딧과 별도로 분할 상환 약정을 맺는 구조다. 이 경우 기업은 분할해지약정에 맞춰 매년 은행에 일정금액을 갚게 되지만 사정이 생겨 스케줄대로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에는 연체가 되지 않고 코딧에 일정한 추가수수료만 내면 된다. 현재 장기분할해지보증과 연계된 대출은 하나 경남 기업은행을 비롯해 13개 은행에서 취급 중이다.

장기신용보증제도가 누이좋고 매부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코딧이 자칫 보증심사를 지나치게 강화해 제한적으로 보증서를 발급하게 되면 중소기업 전체적으로는 보증혜택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