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바다 양정환 사장(33) 집무실에 들어서면 전기기타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의자 옆 눈에 띄는 곳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짬이 나면 기타를 연주하곤 한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한밤중에도 PC와 연결해 소리를 줄여놓고 연주한다.

음악을 듣고,연주하고,음악 사업을 하고….양 사장의 생활은 음악 그 자체다.

양 사장은 미국 유학 시절인 1999년 개인간(P2P) 파일공유 서비스 냅스터를 접한 뒤 소리바다를 구상했다.

바로 이듬해 귀국해 친형 양일환씨(소리바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냅스터에선 미국 음악밖에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며 "한국 음악을 실컷 듣고 싶어 소리바다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양 사장은 P2P란 개념을 국내에 맨 먼저 들여와 사업화했다.

'P2P 전도사'라고 할 만하다.

이 이력 때문에 양 사장은 지금까지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에겐 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게 해 준 '영웅'이다.

그러나 음악업계와 음원 권리자들은 음악 시장을 망쳤다며 '공공의 적'으로 매도했다.

양 사장은 '공짜 음악의 대부'란 말이 나오면 억울하다고 반박한다.

소리바다 법인 설립을 추진하던 2003년 무렵부터 끊임없이 P2P 유료화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모든 창작물이 자유롭게 무료로 유통되게 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 신봉자도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튼 소리바다는 지난해 7월 유료로 전환할 때까지 6년 이상 무료 서비스를 계속했다.

유료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랄지 그 밖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료 서비스가 오래 계속되면서 '공짜 음악의 대부'란 말을 듣게 됐다.

소리바다가 P2P 서비스를 시작한 후 벅스 맥스MP3 등 비슷한 무료 사이트가 잇따라 등장했다.

이 바람에 네티즌들 사이에 '디지털 음악은 공짜'란 생각이 확산됐고 유료 음악 서비스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전했다.

양 사장은 말한다.

"음악 서비스가 유료화된 지금도 사람들은 계속 무료 서비스를 찾고 있지 않느냐"고.그는 또 말한다.

"소비자에게 불편만 주는 현행 DRM(디지털 저작권관리) 시스템이 오히려 음악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고.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고 사업을 벌이기로 한 지금엔 '음악은 공짜'란 인식은 걸림돌일 뿐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양 사장.자신에게 씌워진 '굴레'를 벗고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